작자/육문
[SOH] 청나라 순치(順治)황제 초년, 내양현의 관리가 수하 군들과 수천 냥의 은자를 가지고 제남으로 가는 도중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하룻밤 묵게 되어 여관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들의 짐을 보고는 완곡한 말로 사절했습니다.
“저희는 온종일 걸어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다음 마을까지는 몇십 리는 족히 가야 할 텐데 이 밤에 저 짐을 가지고 어떻게 갈 수 있겠습니까?”
“이 마을 서북쪽 일리도 안 되는 곳에 비구니 암자가 있습니다. 짐을 가진 여행객은 대부분 그곳에서 투숙하니 내 그곳을 안내하겠습니다.”
주인은 하는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 걸었습니다.
낮은 구릉을 넘어서자 인가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울창한 숲 속에 마치 은둔자의 거처처럼 길을 아는 사람이나 찾을 수 있는 그런 암자가 있었습니다.
연관 주인은 관리일행을 그곳까지 안내하고는 돌아갔습니다. 관리일행이 판자로 된 문을 두드리자 한참 후에 힘겨운 걸음걸이의 노부인이 나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희는 내양현의 관리로서 명을 받들어 제남으로 가는 중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으면 합니다.”
“그렇게들 하시오. 저쪽에 있는 서쪽 방에 머무르시오.”
노부인은 객청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비틀거리면서 쪽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객청은 세 칸이 있었는데 그 중 서쪽 방은 이미 이부자리가 가지런히 펴져 있었으며 관리일행이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큰방이었습니다.
짐을 나룬 후 관리일행은 곧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관리만은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피곤했으나 뭔지 모를 불안감에 쉽게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문틈으로 내다보니 노부인이 부적으로 보이는 붉은 종이를 손에 들고 나와 대문에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관리는 아무래도 미심쩍어 자는 일행을 깨웠습니다.
“이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소. 내 여관에서 얼핏 붉은 머리띠를 한 흉악하게 생긴 자들을 봤는데 왠지 그자들이 우리를 쫓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드오. 그러니 대비를 해야겠소, 일단 방 곳곳에 등불을 밝히고 날이 밝을 때까지 불침번을 서도록 합시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반은 자고 남은 사람들은 은자상자에 몸을 기댄 채 밖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삼경이 되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 소리가 점점 커져 맹수의 울부짖음처럼 사악하게 대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는 자고 있던 사람도 모두 일어나 창과 몽둥이를 들고 문 앞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에잇 이 늙은이가 문에 봉인을 쳐놨군.”
대문 밖에서 누군가의 험악한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꽝”하며 대문 부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동시에 사람의 발자국소리가 우르르 몰려오더니 관리일행이 머무는 문을 흔들어대며 좀 전의 험악한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빨리 문을 여시오. 아니면 우리가 부수고 들어가리다.”
관리일행은 무기를 단단히 쥐고 문이 열리는 순간에 선제타격으로 일격을 가해 적을 쓰러뜨리기로 약속하고는 문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리일행이 손 써볼 틈도 없이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그들은 재빨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약초 한 다발을 방안으로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문 입구에 서서 재미있는 구경을 관람하듯 팔짱을 끼고 비웃는 얼굴로 방안 사람을 바라보았습니다.
관리가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붉은 두건을 쓴 사람들로 험악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관리일행은 그들을 공격해 보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으며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그렇게 관리일행은 독초의 연기 속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관리일행이 깨어났을 때는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이었습니다. 관리는 제일 먼저 은자상자를 확인하였으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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