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행자(幸紫)
[SOH] 술조일행이 대전에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화려하게 수놓은 노란 포를 입고 붉은 두건으로 두 개의 육각을 두른 사람이 수염을 배까지 드리우고 대전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6,7명의 관원이 앞으로 나아가 상주했습니다.
“용왕님 지난번 공문이 내려왔을 때 이야기하던 배 두 척을 징발하는 일은 오랫동안 적합한 조건이 맞는 것을 찾지 못했으나 오늘 마침 한 척을 찾았기에 아뢰옵니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아 배 두 척을 가져도 공물을 다 싣기가 힘겨웠는데 이제 겨우 배 한 척을 구했다니 이를 어떡하면 좋겠는가?”
“황공하오나 공물 바치는 날짜가 긴박하여 그 사이 다시 한 척의 배를 구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다행히 신등이 이 배를 상세히 살펴보았사온데 내부의 건조방법이 암암리에 곳곳마다 사상(四象)과 혼천의(渾天儀)와 일치하오며, 지금껏 보아왔던 배보다는 훨씬 크며 새로 만들어 깨끗하므로 가히 하늘에 보내는데 모자람이 없다고 사료됩니다. 공물을 먼저 수습하고 겹겹이 쌓아 올려 하늘의 신궁에 도달하면 차례에 따라 진열한 것을 취하면 한 척의 배로도 가능할 것 같사옵니다.”
용왕은 한참 생각하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용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6,7명의 관원들은 바삐 움직이며 시종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어서 빨리 화물과 속세 사람들을 옮기고 배를 물로 씻어라. 빨리 해라. 시간이 없다.”
배로 돌아온 그들은 배에 있는 모든 화물을 용궁 서쪽 빈 못 속으로 옮기고 사람들도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술조는 이에 응하지 않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사람 앞에 딱 버티고 서서 강건한 태도를 말했습니다.
“나는 내 배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겠소. 도대체 공물은 어디로 보내는 거요?"
“하늘에 바치는 겁니다.”
“저는 술조라는 사람인데 당신의 눈에는 비록 시골의 무명 천민으로 보이겠지만 저는 기개가 곧아 하늘로 뻗어 있으며 늘 제게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해 구궐선궁(九闕仙宮)으로 올라갈 인연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오늘 운이 좋아 이런 기이한 인연을 만났으니, 저도 당신들을 따라 가겠습니다.”
“안되오. 탁한 세상의 속인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오. 당신이 가면 하늘의 법을 건드리게 되어 화를 입게 될 것이오.”
“당신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적어보시오.”
그 중 술조의 행동을 눈여겨 바라보고 있던 한 명의 관원이 목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술조가 즉시 적어주자, 그 관원은 다른 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명 중에 ‘천록’이 있군요. 또한 충신의 후예입니다. 그러니 동행을 허락합시다.”
그들의 말이 끝나자 수백 명은 되는 화물을 운반하는 자들이 줄지어 도착했습니다.
그 일을 맡은 제공관(齎貢官)은 배에 물을 뿌리고 난 연후에 용왕으로부터 받은 신궐(神闕)의 금엽표문(金葉表文)을 배의 중간 건물에 붙였습니다. 이어서 공물을 가져가는 관원 두 명이 여러 보물을 알맞게 배치했습니다.
술조는 몰래 공물 명단을 훔쳐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작은 것 50 그루로 된 붉은 산호 숲 하나 크고 작은 것 70그루로 된 노란 산호 숲 하나 야광진주 100개와 화제주(火齊珠) 200개 인어가 짠 직물 500필 등 들어보지도 못했던 특수한 명칭과 기이한 품종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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