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교하의 소투남 선생은 옹정 계축년인 1733년에 과거를 보고 오는 길에 백구하에 이르러 날씨도 우중충하고 배도 출출하여 주루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어이! 어서 오게나. 이 친구 이거 얼마 만인가?”
앉을 자리를 찾고 있던 그에게 벌떡 일어나 반긴 사람은 어린 시절 지기였던 하영백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마침 빈 탁자에 혼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과거를 보고 오는 길이네만, 자네는 여기 어쩐 일인가?”
“나야 파직당하여 낙향하는 길일세.”
주문한 음식이 오자 두 사람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거나하게 술에 취하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시절이 어수선하여 탐관오리가 판을 치고, 나같이 한 길밖에 모르고 죽기 살기로 일하는 사람은 파직을 당하는 세상이 됐으니...”
“누가 아니라나, 인과응보란 말도 모두 옛말이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너나없이 백성의 재물을 착취하여 하늘에 닿을 듯 재물을 쌓아놓아도 벌을 받기는커녕,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위세가 당당하니 이런 세상에 태어난 우리가 시기를 잘못 탄 거지.”
그들의 이야기가 봄의 싹처럼 조심스럽게 피어나서 여름의 녹음처럼 한창 무르익을 무렵. 맞은편에 앉아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던 볏짚 도롱이를 두른 사람이 일어나 그들에게 읍하고는 말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댁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나도 왠지 한마디 거들고 싶어져서... 내 술 한 잔 살 터이니 같이 앉아도 되겠습니까?”
“댁도 혼자서 적적한 것 같으니 그렇게 하시지요.” 하영백이 자리를 내어주며 말했습니다.
“이 몸은 도롱이 하나 걸치고 이리저리 세상 안 다녀본 곳 없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못 볼 것도 보게 되고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되더군요. 당신들은 세상살이에 대해 불평이 많은 것 같은데 제가 한 말씀 드리지요. 하늘의 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합니다. 무릇 색을 탐하는 자는 병으로 자신을 망치고 도박을 즐기는 자는 재산이 얼마든 3년을 넘기지 못하고 거덜이 나며 남의 재물을 빼앗는 자는 주살당하고 살인자는 반드시 자신의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입니다.”
“그런 이치야 저희도 알고 있지요.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하늘의 이치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지요?”
소투남 선생이 게슴츠레한 눈을 치뜨며 말했습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다만 같은 호색이라도 체질의 차이가 있고 도박을 하더라도 기개와 졸렬함이 있으며 재물을 약탈하는 데도 앞서는 사람과 뒤따르는 사람이 있고 살인도 실수와 고의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황에 따라 처리되며 현세에 보응받지 않으면 다음 세에 받게 되지요.”
“글쎄요. 선생은 하늘의 도를 믿는지 모르겠으나 저 같은 소인배는 다음 세 같은 것은 없어도 좋으니 이 한 평생이나마 파직당하는 일 없이 편히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당신이 어찌 하늘의 도를 원망할 수 있습니까? 내 그럼 당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요? 당신의 명은 본래 출신이 잡직 품계로서 관직이 7품까지 오를 수 있었지요. 그러나 당신은 기회를 모의하고 책략을 부리며 윗사람 눈치나 살피고 권력에 빌붙었기 때문에 품위가 8품으로 깎긴 것입니다. 당신은 8품이 되었을 때 득의만만하여 자신의 계책이 교묘하게 맞아들었다고 생각했지요. 아닙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하영백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하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당신은 벌써 다 잊었는지 모르지만 하늘의 신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덕과 업을 계산하고 있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영백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진땀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 일을 당신이 어떻게 그처럼 똑똑히 알고 있는 것이오?”
“바로 당신만 알고 있는 그 일 때문에 당신이 오늘 파직을 당한 것이외다. 그래도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원망하겠습니까?”
그는 껄껄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마침 세차게 내려 퍼붓는 빗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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