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자열(紫悅)
[SOH] 상부(祥符) 지역에 원해(袁海)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명나라 태종 초년에 군대에 징집되어 국경을 지키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때 노모가 병이 나서 그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며느리 서씨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서방님, 어머님 병은 제가 책임지고 낫게 하겠습니다.”
“집안에 당장 밥해 먹을 쌀 한 톨이 없는데 당신이 무슨 수로 어머니 병을 낫게 한단 말이오.”
“제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나라의 부름에 서방님은 집안 걱정은 잊으시고 어서 길을 떠나시지요.”
원해가 길을 떠나자 며느리 서씨는 부엌으로 가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내어 국을 끊여 시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시어머니는 그 국을 맛있게 먹고는 즉시 병이 나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끼니를 못 잊는 형편이 이어지자 시어머니는 다시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며느리 서씨는 이번에는 장독대에 정수 한 사발을 올리고 밤새워 도가의 신, 진무현천대제(真武玄天大帝)에게 시어머니의 병이 나아 건강을 회복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병이 나으면 시어머니와 함께 무당산에 가서 향을 올려 감사를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시어머니는 거뜬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며느리에게 지난밤 꾼 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참 이상한 꿈도 다 있지. 꿈에 수염을 허옇게 기른 산신령님이 나타났지 뭐냐. 그래 내 신령님께 큰 절을 올렸더니 내게 단약 한 알을 주면서 ‘이 약은 원기를 회복하는 약이니 이 약을 먹으면 다시는 자리에 눕는 일을 없을 거다’라고 하시길래 내 얼른 받아 입안에 털어 넣었지. 그랬더니 아침에 이렇게 몸이 가뿐하지 뭐냐.”
그 후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함께 열심히 밭도 개간하고 해서 원해가 군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에는 양식 걱정은 없게 되었습니다.
아내 서씨는 그동안의 경과를 남편에게 소상히 말해주었습니다.
다음 날 원해는 새벽같이 서둘러 아내와 함께 노모를 모시고 무당산, 남암궁(南岩宮)으로 가서 향을 올렸습니다. 이때 서씨는 결의가 서린 얼굴로 말했습니다.
“지난 날 어머님의 병환이 위급하여 하늘의 현제께 기도를 청하길, ‘저의 몸을 바쳐 어머니 목숨과 바꾸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오늘이 바로 그 약속을 지켜야 되는 날입니다.”
말을 마친 서씨는 아연실색한 시어머니와 남편이 만류할 틈도 없이 비승대(飛升臺)옆으로 달려가 만 길이나 되는 벼랑 아래도 몸을 훌쩍 날렸습니다.
뒤쫓아 달려간 시어머니와 원해에게 남겨진 거라곤 절벽 끝에 나란히 놓여 있는 낯익은 신발 한 켤레뿐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동네 사람들은 서씨의 효행에 감동해 모두 나와 삼일 밤낮을 절벽 주위와 밑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으나 그녀도, 그녀의 시신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원해는 슬픔에 젖은 동네 사람들과 빈 관으로 그녀의 장례를 지내고나서 비통한 마음으로 노모를 모시고 무당산으로 갔습니다.
그들이 향을 올리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서니 먼저 온 한 여인이 향을 피워놓고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죽은 서씨와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원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절을 하는데 방해되지 않게 발꿈치를 들고서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확인하였습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아내 서씨였습니다.
“저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딘가 아득한 곳에서 ‘걱정하지 말아라’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는데 정신이 들어보니 이곳에 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하늘의 현제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예요.”
“그래, 네 지극한 효행에 하늘도 감동한 게지. 너와 나 모두 하늘이 연장해 준 목숨이니 마음을 내려놓고 선하게 살자구나.”
시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며느리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게 된다는 뜻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이 이런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 진 것은 아닐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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