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신기명(辛棄名)
[SOH] 송나라 때 강서(江西) 파양(鄱陽) 지방에 호영지(胡詠之)라는 사람은 도(道)에 적을 두고 생활하면서 언제든 신선을 만날 수 있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러던 철종 원부(元符) 초년에 그는 신주(信州) 익양현에서 파란 두건을 쓰고 칡 덩쿨로 짠 옷을 입은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노인을 만났습니다.
호영지는 그를 모시고 주점으로 가서 술을 대접했습니다. 노인은 기뻐하며 큰 잔으로 술을 따라 마셨는데 마신 잔이 얼마나 되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자네는 장차 군대에 갈 일이 있을 텐데 갈텐가?”
갑작스런 노인의 말에 호영지는 놀라움을 감추며, “예. 저는 반드시 가야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호영지는 마침 감숙 희하(熙河) 총수로 있던 도웅지(姚雄之)의 부름에 응해 그곳에 가서 군사 일을 맡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이에 노인은 “서부 변방에서 군사를 모집하니 마땅히 가야하네” 라고 말하며 종이를 꺼내어 시를 한 수 적었습니다.
濟世應須不世才 세상을 구하려면 반드시 세상밖의 재주가 있어야 하니
調羹重見用梅鹽 국 맛을 내려면 바다 소금을 써야한다.
種成白璧人何處 벽옥을 심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熟了黃粱夢未回 일장춘몽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相府舊開延士閣 승상부는 옛날에 연사각(延士閣)을 열고
武夷新築望仙台 무이산에 망선대(望仙台)를 신축하니
青雞唱徹函關曉 파랑새 노래 불러 함관을 알고
好卷遊幃歸去來 향낭을 잘 말아 돌아간다.
글을 마친 후 그는 종이를 접어 호영지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이 시를 나 대신 장자후(章子厚) 승상께 전해주고 이렇게 말하시오. ‘장상공은 호인인데 잘못된 길을 가서 애석하다’고 말이요.”
호영지는 종이를 받아 품속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이 시의 의미는 무었을 뜻하는지요?”
그러나 노인은 물음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나도 조만간 변방으로 갈 테니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오” 라고 말하며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채 소매를 흔들며 떠나갔습니다.
다음날 호영지는 혹시나 싶어 사람을 파견하여 현 안을 구석구석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그 노인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호영지는 수도인 개봉에 가서 왕부차(王副車) 왕세(王洗)를 만나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며 글을 전해주기 위해 장자후 승상을 방문하려 한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그러나 글을 본 왕세는 그의 뜻을 제지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절대 가지 마시오. 황상은 변방을 방어하는 일 때문에 장 상공을 조사하시려 합니다. 장승상이 이 시를 보면 즉시 사직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황상께선 의심을 품어 그가 사직하는 원인을 캐려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당신도 연루되어 죄를 당할 수 있습니다.”
호영지는 그의 말이 이치가 있다고 여겨 몸을 돌려 감숙에 있는 도웅지의 막부로 가 그의 군대를 따라 청당성(靑唐城)을 탈취하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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