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때의 노장서인 '회남자'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간목이라는 현자가 봉록을 사양하고 집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위나라의 문후가 그가 사는 마을을 지나갈 때 마을 쪽을 향해 수레의 가로 나무에 손을 대고 허리를 구부려서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문후의 하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투덜거렸습니다. "단간목은 천한 일개 평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후께서 그가 사는 마을을 향해서 가로 나무에 손을 얹고 허리를 구부리는 식의 예의를 갖추시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닙니까?"
문후는 점잖게 그를 나무랐습니다. "단간목은 세상의 권세나 사적인 욕심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닐세. 군자의 길을 마음에 간직하고 세상과 떨어져 이렇게 작은 마을에 살고 있지만 그 명성은 천 리 밖까지 떨치고 있네. 나는 재력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지만, 그는 도의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지. 단간목은 그가 품고 있는 덕성 때문에 훌륭한 것이고 나는 제후라는 세력 때문에 훌륭한 것일세. 그러나 세력은 덕성의 존귀함에 견줄 수 없고, 재력은 덕성의 고귀함에 비할 수 없네. 이처럼 훌륭한 사람에게 제후라 하여 어째서 예의를 갖추어 경의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간목의 이야기는 은둔한 사람의 인품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을 감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후가 일개 은둔한 평민에게 수레의 가로 나무에 손을 얹고 예의를 갖췄다는 것은 최고의 존경을 표시한 것입니다. 여기서 문후 역시 단간목 못지않는 인품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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