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파가 조나라의 장군으로 있었을 때 인상여는 재상에 임명되어 염파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습니다. 염파는 이렇게 투덜댔습니다. "나는 장군으로 성을 공격하고 야전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비천한 출신인 인상여는 그저 입만 움직이면서도 지위는 나보다 높다니. 나는 그의 밑에 있는 것이 부끄럽다. 그를 만나면 반드시 이 모욕감을 갚아 줄 것이다."
인상여는 이 말을 듣고 그를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정에서 조회할 때면 병을 핑계로 염파와의 자리를 피했으며 외출해서까지 염파를 멀리서라도 보게 되면 가마를 돌려 되돌아갔습니다. 하인들이 보다못해 말했습니다. "염파장군은 심한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는데 외람되지만 나리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피해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인상여가 말했습니다. "강국인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에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은 단지 염파와 나 우리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두 호랑이가 싸운다면 쌍방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와 다투지 않는 것은 나 개인보다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웃옷을 벗고 가시나무 채찍을 등에 지고 인상여를 찾아와 사죄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그들은 서로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고사에서 문경지교 [刎頸之交]라는 말이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과학의 발달로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현대인들은 오히려 기계가 돌아가는 것처럼 바쁜 일상에 시달립니다. 그에따라 인간관계도 점점 필요에 의한 모임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있는지요?
SOH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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