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SOH] 오늘은 백합죽(百合粥)과 무죽(蘿葡粥)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백합은 우리가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합꽃을 말하는데요. 백합꽃의 줄기 아랫부분의 비늘 모양의 조각을 약재로 씁니다.
백합죽은 폐(肺)를 윤택하게 하고 소화기를 조절해줍니다. 본초서에는 ‘백합은 맛이 달고 평이해 폐를 윤택하게 하고 마음을 편안히 해준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중의학에서 말하는 ‘심(心)’은 유형의 장부인 심장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지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반면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심장(Heart)은 말 그대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장기일 뿐이지요.
백합은 심기(心氣)를 편안히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또 열을 식히고 기침을 그치게 합니다. 열(熱) 중에서 특히 폐열(肺熱)을 식혀 열성(熱性) 기침을 치료하는데, 중의학 처방 중에는 ‘백합고금탕(百合固金湯)’이 있지요.
백합은 또 눈물과 콧물을 멎게 하고 대변과 소변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명치끝이 답답하고 그득한 증상이나 한열(寒熱)을 다스리고 유방에 생긴 멍울도 치료하죠. 명청(明淸) 시기의 명의(名醫) 이중재(李中梓)는 ‘백합이 백합병(정신병의 일종)을 고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청심안신(淸心安神)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백합병에 대한 기록은 동한(東漢) 시기 장중경(張仲景)의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하는데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사람이 미쳐 날뛰는 증상들을 종합해 ‘백합병’이라고 했습니다.
무죽(蘿葡粥)은 무와 멥쌀로 쑤는데, 무는 날로 먹을 때와 익혀 먹을 때의 작용이 크게 다릅니다. 무는 기를 다스릴 수 있지만 기를 깨뜨립니다. 보약(補藥)을 먹을 때 무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무를 익혀 먹으면 기를 끌어내릴 수 있고, 생으로 먹으면 기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무죽은 무를 익혀먹기 때문에 당연히 기를 끌어내리는 작용을 하지요. 그래서 비위의 기를 확충해 가래를 가라앉히고 기침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무는 또 어혈(瘀血)을 흩어지게 하고 음식을 소화시키기도 합니다.
중국에는 ‘무를 먹고 뜨거운 차를 마시면 화난 의원(醫員)들이 가득 모여든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뜻인즉 무와 차를 마시면 신체의 기가 매우 순조로워 의원이 필요 없게 돼, 돈을 벌 수 없게 된 의원들이 떼로 몰려와 항의한다는 것입니다. 무가 그만큼 유익하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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