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인생은 의기(意氣)에 느낀다는 뜻으로, 곧 사람이란 의기가 상투(相投)함을 중히 여긴다는 말입니다. 당나라 위징(魏徵)의 시, ‘술회(述懷)’의 한 구절에서 따온 말로, 당시선(唐詩選)에 실려 있습니다.
위징은 당태종을 보좌한 명신입니다. 그가 64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貞觀17년) 태종은 ‘사람을 거울삼으면 자기의 행동이 옳은 것이었는지 그른 것이었는지 알 수 있는데, 나는 정녕 거울삼을 사람을 잃고 말았다’라고 개탄했습니다.
당나라 초엽, 아직 천하가 평정되지 못하였을 때, 위징은 한번 큰 공을 세워 세상에 이름을 드날릴 것을 열망하고 있었습니다. 고조 때,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이렇다 할 공을 세우지 못한 위징은 산동지역에 있던 적(敵)인 서세적(徐世勣)을 설복시켜 이름을 날리려고 결심했습니다.
그 뜻을 고조에게 허락받고, 기세 높게 동관(潼關)을 출발하면서 이때의 심정을 읊은 것이 이 ‘술회’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자기의 심정을 알아준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여 옛날의 절의(節義)있는 영웅들과 같은 위업을 세워보려는 정열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당시선(唐詩選)의 권두(卷頭)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시에서 옛날 여러 영웅들의 일을 열거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고 다짐합니다.
‘갈 길은 구곡양장의 험한 길, 천리의 대평원을 가로질러야한다. 고목위에 새소리는 처량하고 산중의 원숭이 소리 또한 구슬프다. 이 길이 험하기에 두렵기도 하지만 천자가 나를 국사로 대접해 주는 은혜를 생각하면 감히 나아갈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그의 유명한 시 구절이 나옵니다.
季布無二諾, 계포는 두 번 승낙함이 없고,
侯嬰重一言 후영은 일언을 중히 여긴다.
人生感意氣, 인생은 의기에 감하나니,
功名誰復論 공명을 누가 다시 말하랴.
옛날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던 계포나 후영과 같이 한번 맹세한 일은 반드시 지키고야 말겠다는 뜻이지요.
인생이란 의기에 감동하는 데에 죽고 사는 것이니, 이미 천자가 알아주심에 감격하여, 앞날의 공명을 세우고 말고 하는 일은 더 이상 바랄 것도 아니라고 읊고 있습니다.
‘인생감의기’란 말은 큰 공을 세워 천하에 이름을 드날릴 공명심에 불타고 있는 한 장부(丈夫)의 힘찬 발걸음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한번 마음이 통하고 뜻이 통하면 그것으로 죽고 살 수 있다는 이 말은, 작은 이익에 연연해하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 한 순간이나마 가슴을 시원하게 훑어주는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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