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사물이나 현상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이치를 탐구하여 나의 지식을 완전히 이룬다는 뜻으로, ‘격물(格物)’의 ‘격’은 ‘사물에 나아간다’는 뜻이고 ‘치지(致知)’의 ‘치’는 이룬다는 뜻입니다.
곧 ‘격물’이라 함은 각각의 사물에 나아가 그 사물의 이치를 궁구(窮究)한다는 말이고, ‘치지’는 앎을 완성한다는 말입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구절로서, 원문은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 치지는 격물에 있다)’입니다.
유교의 기본 경전은 사서오경(四書五經)입니다.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이고, 오경은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입니다.
특히 유교의 교의(敎義)를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학은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으로 요약됩니다. ‘삼강령’은 수기치인(修己治人)에 대한 설명으로, 명명덕(明明德:명덕을 밝힘), 신민(新民:백성을 새롭게 함), 지어지선(止於至善:지극한 선에 머무름)을 말합니다. ‘팔조목’은 대학의 도를 실현하기 위한 여덟 가지의 단계적 방법으로, 격물·치지·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제가·치국·평천하입니다.
대학의 내용을 보면 ‘옛날에 명덕을 천하에 밝히고자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자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고자하는 자는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히 하고, 그 뜻을 성실히 하고자하는 자는 먼저 그 앎을 지극히 하였으니, ‘앎을 지극히 함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있다.’
사물의 이치가 이른 뒤에 앎이 지극해지고, 앎이 지극해진 뒤에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른 뒤에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진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집안이 가지런한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일체 모두 수신을 근본으로 삼는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격물치지’는 특히 송대(宋代) 성리학(性理學)에서 학문과 수양을 위한 방법론으로 매우 중시된 개념입니다. 이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는 주희(朱熹)의 설과 왕수인(王守仁, 호는陽明)의 설 등 두 갈래가 있습니다.
주희는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 ‘격물은 사물에 이르러 그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고, 치지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을 더욱 끝까지 미루어 궁리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사물의 이치를 하나하나 철저하게 궁구하여 그 극처에 도달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천하의 사물의 이치와 활연관통(豁然貫通)하게 되어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심지를 밝힐 수 있고, 그 작용에 의해 성의와 정심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희의 격물치지론에 대해 명나라 때의 왕수인(王陽明)은 ‘격’은 ‘정(正, 바르다)’으로 ‘물’은 ‘마음의 일(事)’이며 ‘치지’는 ‘양지(良知)를 이룸’으로 해석하여, 격물치지란 우리의 천부적 양지를 마음의 일에서 발휘하여 그 악을 버리고 선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격물과 치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격물치지 성의정심이 일관된 것으로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주자학(朱子學)과 양명학(陽明學)이 갈라지는데, 주자학을 이학(理學)이라고 하고, 양명학을 심학(心學)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이 격물치지에 대한 해석은 어느 쪽을 정설로 받아들인다는 결론은 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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