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신선경(神仙境)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가리키는 말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도 합니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진(晉) 나라 태원(太元, 孝武帝)때 무릉(武陵)이란 곳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산 계곡의 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얼마를 갔을까, 문득 쳐다보니 일찍이 보지 못한 낯선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온 천지간에 가득한 연분홍색 복사꽃이 만발하고 그 향기가 아찔할 지경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경치에 어부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가, 그 복사꽃 숲 저편까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배를 저어 더 올라갔습니다. 이윽고 물길이 시작되는 근처에 도착하니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그 산에 자그만 굴이 하나 있어, 어부는 배에서 내려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굴속은 처음에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였는데 들어갈수록 넓어지다가, 곧 사방이 환하게 탁 트인 넓은 세상이 나타났습니다.
어부는 부신 눈을 비비고 황홀한 듯 경치를 바라보았습니다. 땅은 아득하니 끝없이 이어져 있고 집들은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기름진 논과 밭이며, 뽕밭과 무성한 대숲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닭소리와 개소리가 들리는 마을에는 다른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나다니고 있었는데,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표정이 밝았습니다.
처음 보는 경치에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는 어부를 본 그 사람들은 도리어 모두 놀라 어부 주위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부에게 어디서 온 사람이냐고 물었고, 어부는 그가 오게 된 과정을 자세히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곧 어부를 한 집으로 데리고 가 크게 환대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어부에 대한 말을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와 그에게 자기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식구를 데리고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하여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난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깥세상 사람들과 전혀 만나보지 못한 채 많은 세월이 흘렀지요. 그런데 대체 지금은 어떤 세상인지요?”
결국 그들은 진나라 이후에 한(漢)나라가 섰던 것도, 그 후로 위(魏)와 진(晉)이 있었던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어부가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 모두들 어부의 말에 감개무량한 듯했습니다.
어부는 그 후로 4,5일이 지나도록 이집 저집 불려 다니며 대접을 융숭하게 받으며 사람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길을 되돌아 나오려는데, 그들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러나 어부는 먼저 배를 매어놓은 곳으로 나가 다시 강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도중에 군데군데 표시를 남겼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어부는 곧 관가로 가서 태수(太守)에게 자기의 체험담을 보고 하였습니다. 흥미를 느낀 태수는 사람을 보내어 다시 그곳을 안내하게 하였지만 어부가 돌아가는 길에 해놓은 표지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고, 전에 갔던 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남양(南陽)에 유자기(劉子驥)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매우 기뻐하며 그 선경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병이 들어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는 그곳을 찾아가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도원경’이니 ‘무릉도원’이니 하는 말은 선경을 뜻하게 되었고, ‘이상향’의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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