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미 자질이나 바탕이 그릇되었다면 그 위에 가르침을 베풀 수 없음을 뜻합니다.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편의 말입니다.
공자는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경건하고 성실하였습니다. 따라서 제자들에게도 늘 성실하게 학문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자는 제자인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재여는 말재간이 좋아 주변에 잘 알려진 제자였습니다. 그런데 낮잠을 잔다는 것은 언행일치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소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학문할 것을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과도 어긋난 행위였기에 공자는 크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할 수가 없다. 내 재여에게 뭐라고 꾸짖을 것이 있겠느냐?(朽木 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圬也 於予與何誅)”
‘후목’은 썩은 나무를 뜻하며, ‘분토지장’은 거름 같은 흙으로 쌓은 담장을 말합니다.
썩은 나무니 거름흙 담장이니 하는 심한 말로 재여를 꾸짖는 것은 평소 공자가 성실하지 못한 태도를 매우 싫어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꾸짖을 필요조차 없다고 하는 말은 이미 더 이상 가르치기 싫다는 것이니 이보다 더한 꾸짖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공자는 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처음에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만 듣고도 그의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 나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다시 그의 행실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재여 때문에 이를 고치게 되었다.”
재여는 평소에 말은 잘 하였으나, 행실이 이에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이 대목은 <논어> 중에서 가장 준엄하게 꾸짖는 말입니다.
우리 현대인으로 보자면 낮잠 잔 정도로 너무 심하게 제자를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학문을 하는 사람에 있어서 가장 큰 병은 아마 게으름과 안일함일 것이며,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제자의 부족함을 일깨우기 위해 그렇게 꾸짖은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잘못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 꾸짖어 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것, 잘못 걷지 않고 거울로 삼을 본보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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