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목이 말라도 도천(盜泉)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궁해도 불의(不義)의 재산은 탐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글귀는 진(晉)의 육사형(陸士衡)이 쓴 시 ‘맹호행(猛虎行)’의 첫 구절인데 문선(文選)에 실려 있습니다. 또 설원(說苑) ‘설총(說叢)’편에는 공자의 고사로서 소개되어 있습니다.
설원(說苑) ‘설총(說叢)’편에 이런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자가 어느 날 ‘승모(勝母)’라는 마을에 갔습니다. 마침 해가 저물었으나 공자는 그 마을에서 머물지 않았습니다. 또 ‘도천(盜泉)’이라는 샘 옆을 지나게 되었을 때 마침 목이 말랐으나 그곳의 샘물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은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 되므로 자식의 도리가 아니며 그런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머문다는 그 자체가 이미 어머니에 대한 비도덕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필 ‘도둑의 샘’이라고 이름 지어진 샘물을 마신다는 것은 고결한 마음을 다듬고 있는 선비에게 있어서는 수치로 깨끗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공자가 그 만큼 자신을 단속하는 데에 철저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일례이기도 합니다.
‘도천’이란 샘은 중국 산동성(山東省) 사수현(沙水縣)의 동북쪽에 있는데, 예로부터 이 고사로 인해 이름이 알려져 있어 도천이라는 용어가 수치스런 행위의 비유로 쓰이기도 합니다.
문선(文選)에 진(晉)의 육사형이 읊은 ‘맹호행(猛虎行)’이란 시를 보면 역시 깨끗한 성품을 지니려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 더워도 악목(惡木)의 그늘에서는 쉬지 않는다. 악목이라고 해서 어찌 가지가 없으랴마는, 사(士)를 뜻함에 고심(苦心)이 많구나(渴不飮盜泉水 熱不息惡木陰 惡木豈無枝 志士多苦心)..... 나의 경개(耿介:절조를 지켜 세속에 구차스럽게 물들지 않음)의 마음을 되돌아보니, 우러러 고금(古今)에 부끄럽구나.’
육사형(陸士衡)은 원래는 오나라 출신으로 이름은 기(機)이고, 자가 사형입니다.
육손이 할아버지이고 아버지는 육항입니다. 오나라가 멸망하자 10여 년 간 향리에 들어앉아 있다가 아우 육운과 함께 진나라의 낙양으로 갔습니다.
그는 세속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선비이고자 염원하여 정진했는데 이 ‘맹호행’이라는 시는 그 선비로서의 행로가 매우 어려운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고작 이름이 그런 것을 가지고 꺼린다면 너무 고지식한 행동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공연히 까다롭게 굴고자 해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 그만큼 매사에 자기 단속을 철저하게 한다는 상징이지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관대해도 좋지만 자기 자신에게만은 절대로 관대하지 않겠다는 옛 선비들의 신조, 그런 대쪽 같은 선비정신은 사람을 감동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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