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퇴고는 글자대로 하면 ‘미는 것(推)’과 ‘두드리는 것(敲)’이라는 뜻인데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당시기사(唐詩紀事) 권 40 ‘가도(賈島)’의 기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또 뛰어난 유학자(儒學者)로 유명한 한유(韓愈)가 당(唐)의 도읍 장안(長安)의 경조윤(京兆尹) 벼슬을 할 당시의 일입니다.
어느 날 시인 가도(賈島)가 늙은 말을 타고 장안의 거리를 천천히 지나면서 시 짓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이응의 그윽한 거처에 붙여(題李凝幽居)라는 제목의 오언율시(五言律詩)였습니다.
閑居隣竝少, 한가로이 거처하니 이웃도 드물고
草徑入荒園, 풀숲 오솔길은 거친 정원으로 통한다.
鳥宿池邊樹, 새는 연못가의 나무에서 자고
僧敲月下門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마지막 구절에서 ‘중은 달 아래 문을 민다(推)’가 좋을 지 ‘두드린다(敲)’로 하는 것이 좋을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민다로 하는 것이 나은가, 두드린다로 하는 것이 나은가? 하, 거 참 민다? 두드린다?”
가도는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중얼거리며 정신없이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켰거라! 어느 안전이라고 무례하게 길을 막느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고관의 행차 앞에 자신이 타고 있던 말이 맞닥뜨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고관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경조윤 한유였습니다.
가도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나 사정을 듣고 난 한유는 노여워하기는커녕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생각에 ‘민다(推)’보다는 ‘두드린다(敲)’가 낫겠네.”
수행원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에 한유는 가도에게 말에 다시 오르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함께 시를 논하며 길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둘은 절친한 벗이 되어 시를 논했다고 합니다.
이후로 문학작품의 자구를 손질하는 일을 ‘퇴고’라고 말하게 되었으며, 사람들은 퇴고라는 말 뒤에 있는 이 아름다운 일화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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