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절함(折檻)은 난간을 부러뜨린다는 뜻으로 몹시 간곡하게 간하는 것을 표현한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엄하게 꾸짖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한서(漢書) ‘주운전(朱雲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나라 성제(成帝) 때의 인물로 주운(朱雲)이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유학자였는데, 특히 역(易)의 연구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전한 제9대 효성제(孝成帝) 때부터 환관과 외척들이 득세하여 정치에 까지 손을 뻗치게 되어 외척인 왕(王)씨 일족들이 정치를 농단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성제의 곁에는 장우(張禹, 安昌侯)라는 정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성제가 황태자였을 때 논어를 가르친 인연으로 성제의 스승이 되어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자니 자연히 위세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운은 이를 간하고자 조정으로 나아갔습니다.
“지금 조정의 대신들은 위로는 폐하를 바르게 인도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녹(祿) 도둑들뿐입니다. 제게 참마검(斬馬劍, 말을 벨 수 있는 검)을 하사하신다면 폐하의 영신 한 사람의 목을 베어 다른 대신들의 경계로 삼고자 합니다.”
조정에 모인 대신들은 이를 듣고 크게 놀라 술렁거렸습니다. 성제가 물었습니다.
“그 영신이 대체 누구이더냐?”
“안창후 장우입니다.”
주운은 서슴없이 지목했습니다. 성제는 크게 노해서 소리쳤습니다.
“일개 하급 관리가 윗사람을 비방하고 임금의 스승을 모욕하다니, 그 죄는 사형에 처해도 시원치 않으리. 당장 끌어내라!”
성제의 명령에 무관이 달려들어 주운을 끌어내려 했으나 그는 질질 끌려가다 어전의 난간에 매달려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그래도 그는 간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관이 더욱 힘껏 그를 잡아끌었으나 그럴수록 주운은 난간을 힘껏 붙잡고 더욱 큰소리로 간언을 반복했습니다. 그 바람에 난간이 그만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장군 신경기(辛慶忌)도 주운의 태도에 감동되어 주운의 곁으로 뛰어내려 주운의 목을 베는 것에 대한 잘못을 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발끈했던 성제도 두 사람의 나라를 생각하는 진심에 “과인이 잘못했소, 공연히 충신을 잃을 뻔 했구려” 하면서 내실로 들어갔습니다.
훗날 부러진 난간을 수리하려고 하자 성제는 이렇게 말하여 막았다고 합니다.
“새로 갈지는 말고, 부서진 조각을 모아서 이어 두도록 하여라. 직언을 한 신하의 충절의 징표로 삼고 싶구나.”
예나 지금이나 ‘절함’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면서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것이 쉽지,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윗사람의 잘못을 고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윗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는 자신에게 아부하는 손쉬운 부하가 그 역시 편하게 여기기에 때로는 아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웃음을 보내고 직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난간을 부러뜨려가면서도 입바른 소리를 해대는 용감하고 충직한 부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잘못을 서로 지적해 주는 것 그것이 결국 서로를 살리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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