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간담상조(肝膽相照)는 간과 쓸개를 서로 꺼내 보인다는 말로서 진심을 터놓을 수 있는 허물없는 우정이나 마음이 잘 맞는 절친한 사이를 뜻합니다.
이 말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로 유명한 한유(韓愈)가 그의 친구인 유종원(柳宗元)의 우정을 칭송해서 쓴 글에서 비롯된 말이지요.
한유와 유종원은 당대(唐代)를 대표하는 대문장가입니다.
이들은 모두 당시 유행하던 화려한 문장을 천시하고 고문(古文)을 부흥시키고자 노력했던 동지요, 오랜 세월 두터운 우정을 나눈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세간에서는 이들을 아예 한유(韓柳)라고 함께 불렀습니다.
당나라 헌종(憲宗) 때 유종원은 수구파와의 정쟁에 밀려 두 번째로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좌천되었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한유는 유종원을 위해 묘지명(墓地銘)을 썼는데 그 글에서 유종원이 앞서 그 자신도 불우했던 처지에 친구를 크게 동정했던 일을 기록하였습니다.
유종원이 유주자사로 고생하고 있을 때 역시 그와 절친한 우정을 나누었던 동료 유우석(劉禹錫)이 파주자사로 좌천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유종원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파주 땅은 매우 궁벽한 두메산골이라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 더구나 몽득(유우석의 字)은 늙은 어머님까지 모시고 있다. 내 차마 몽득이 그곳으로 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내가 대신 파주로 가겠다.”
결국 유종원이 황제에게 청원한 결과 유우석이 형편이 좀 나은 연주(連州)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한유는 유종원의 진실한 우정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유종원의 묘지명에 그 일을 기록한 것이지요.
그리고 한유는 이 이야기에 뒤이어 이렇게 그를 찬송했습니다.
“…사람은 곤경에 처했을 때 절의가 나타나는 법이다. 아무 걱정없이 살아갈 때에는 서로 아껴주며 놀이나 잔치를 마련하여 손을 맞잡기도 한다. 그뿐이랴. 죽어도 배신하지 말자고 ‘쓸개와 간을 꺼내 보이며’ 맹세한다. 이처럼 정말 믿어도 될 것처럼 말하지만 일단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눈길을 돌리며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이 차넣고 돌을 던지는 인간이 많다. 이런 행위는 무지한 짐승도 차마 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득의했다고 자부한다.”
우정을 배신하는 일은 많습니다. 친하게 지낼 때에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다가 상대가 어려운 처지가 되면 못 본 척 하기도 하지요. 그보다 더한 경우에는 친구를 이용해먹기도 합니다.
진실한 우정을 나누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서로의 속내를 훤히 알 수 있는 친구가 한둘이라도 있다면 그의 인생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친구들이여! 쉽게 간, 쓸개를 내보일 일이 아니며, 일단 속을 내보이는 친구가 되었다면 끝까지 우정을 간직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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