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계포일락(季布一諾)은 계포의 한 번의 허락, 곧 확실한 약속을 뜻하는 말입니다. 줄여서 계락(季諾)이라고도 하고 금락(金諾)이라고도 합니다.
사기 계포전(季布傳)에서 유래합니다.
진나라 말, 초(楚)나라 땅에 계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성정이 정직하고 의리가 있어 다른 사람을 즐겨 도왔습니다. 그는 언약을 잘 지키는 것으로 초나라 지역에서 이름을 날렸는데요.
당시 사람들은 격언처럼 말했습니다.
“황금 백 근을 얻는 것 보다, 계포의 약속 하나를 얻는 게 낫다.”
뜻인즉 계포의 한 마디가 황금보다 더 귀중하다는 것입니다.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패권을 다툴 때 계포는 항우의 수하로 있어서 여러 차례 병사를 이끌고 유방의 군대를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항우가 오강(烏江)에서 패한 후 유방이 천하를 호령했습니다. 그는 계포를 잡는 자에게 천금을 내릴 것이나 만약 계포를 숨기는 자는 3족을 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그를 현상금에 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방에게 적극적으로 변호하여 오히려 벼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계포는 조정에서도 의로움을 지키고 잘못을 곧게 지적함으로써 관리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한(漢) 혜제(惠帝) 때 계포는 중랑장(中郞將)으로 있었는데 당시 흉노왕 선우가 편지를 보내 여후(吕后)를 모욕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후는 화가 나서 뭇 장군을 불러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그러자 상장군 번쾌가 “소신이 군사 십만을 이끌고 가 흉노를 쓸어버리겠습니다”라고 하자 여러 장군들 모두 여후의 뜻에 따라 일제히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계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번쾌의 목을 잘라야겠다! 당년 한고조(漢高祖)께서 40만 대군을 거느렸어도 평성(平城)에 갇혔다. 그런데 어찌 번쾌가 십만 군사로 흉노를 쓸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즉흥적으로 허튼 소리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秦)나라는 흉노와 전쟁을 하다가 진승(陳勝) 등의 반란을 유발시켰고 지금까지 그 상처가 남아있다. 지금 번쾌가 아첨하고 있지만 실상은 천하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순식간에 장군들은 놀라워했고 여후는 말없이 퇴청한 뒤 더 이상 흉노에 대한 일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초나라 사람으로 변설에 능한 조구(曺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권력층과 밀착해 권세와 재물을 모으기에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계포는 그의 소문을 듣고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계포가 조구를 보고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하자 조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초나라에선 ‘황금 백 근 을 얻는 일이 계포의 한 번 허락을 얻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속담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찌하면 그렇게 유명하게 되는지 비결을 좀 알려 주십시오. 본래 우리는 동향인이므로 제가 당신의 자랑을 하고 돌아다닌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당신은 온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에 계포는 마음이 풀려 조구를 후하게 대접했고 조구는 이에 보답하느라 그의 말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계포의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이 일락천금(一諾千金)고사는 선인들이 약속과 신용을 중히 여겼음을 뜻하며 또 어떤 물질이나 금전도 사람의 고상한 인격과 성실한 미덕과는 비할 수 없다는 이치를 설명해 줍니다.
언약을 잘 지키는 것은 전통적인 미덕입니다.
노자는 '가벼운 승낙은 반드시 믿기 어렵고 수월함이 많으면 반드시 어려움도 많다(輕諾必寡信,多易必多難)'고 했고, 공자는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고 했습니다.
이렇듯이 언약을 지키고 말에 신용이 있어야 함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이자 조화로운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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