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노마지지(老馬之智)는 산길에서 길을 잃고 괴로워할 때 늙은 말을 풀어 그 뒤를 따라가 길을 찾아냈다는 고사에서 온 것으로, 어디에서고 배울 점이 있다면 대상이 어떻든 간에 배워야 한다는 비유입니다.
노마지교(老馬之敎)라고도 합니다. 한비자(韓非子)의 설림(說林)편에서 유래합니다.
제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 습붕(濕朋)과 함께 소국인 고죽(孤竹)을 토벌하고자 군사를 일으켰을 때의 일입니다.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봄이었으나 싸움이 끝나고 귀로에 오를 때는 계절도 어느덧 겨울이 되었습니다. 이들 일행은 혹한 속에서 귀향길을 찾다가 큰 눈을 만났고 천지가 흰 눈으로 덮이는 바람에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환공이나 다른 참모들도 우왕좌왕할 뿐 길을 찾지 못하고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습니다.
“이런 때에 늙은 말의 지혜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짐말 중에 노마(老馬) 한마리를 골라 수레에서 풀어 주었더니 말이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한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말이 가는 곳을 따라감으로써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늙은 말은 고향으로 가는 방향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산길로 이어지는 귀향길에서 이번에는 군대가 가지고 있던 식수가 바닥났습니다.
병사들은 휴대하고 있던 물이 떨어지고 샘은 고사하고 시냇물도 발견할 수 없어 목마름에 한걸음도 더 전진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습붕이 말했습니다.
“개미는 겨울에 산의 양지쪽에 집을 짓고, 여름에는 북쪽 그늘에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개미집이 땅 위 한 치 높이에 있으면 그 여덟 자 밑에는 반드시 물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미집을 찾아 땅을 파서 물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하고는 그 끝에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관중이나 습붕처럼 성인이란 말을 듣고 지혜가 깊다고 소문이 난 사람도 자기가 모르는 것, 미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늙은 말이나 개미일지라도 수치를 느끼지 않고 길잡이로 삼아 선생으로 모신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대 성인의 지혜를 스승삼아 배우려 하지 않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심을 비우고 관중이나 습붕처럼 겸손해야 하겠지요.
또 열심히 배울 점을 발견해 내야하고, 늙은 말이건 하찮은 미물이건 간에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늙은 말이나 개미 등은 그 오랜 경험과 본능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찮아 보이는 일을 통해서도 세상 이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관념에 좌우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얼마나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겠지요.
사람도 마찬가지로 연륜이 쌓여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떤 분야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자기 자신은 특별히 알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하는 행동인데 옆에서 가만히 살펴보면 놀랄 만한 깊은 이치를 배울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경험의 진리를 부지런히 찾아서 배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노마지지의 교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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