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효빈(效嚬)은 본받을 효(效), 찡그릴 빈(嚬), 즉 찡그리는 것을 본받는다는 뜻입니다.
월(越)나라의 미인 서시(西施)가 가슴앓이가 있어 얼굴을 찡그렸더니, 어떤 추녀가 그걸 보고 미인은 찡그린다고 여겨 자기도 찡그렸다는 옛일에서, 자기분수를 모르고 남의 흉내를 냄을 이르는 말 또는 남의 결점을 장점인 줄 알고 공연히 남의 흉내만 내는 일을 풍자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서양의 최고 미인을 클레오파트라라고 한다면 동양의 절세미인은 대개 양귀비(楊貴妃)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를 보면 진정한 전설적인 미인은 양귀비가 아닌 서시라는 여인입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에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서시입니다.
춘추시대 말 오(吳) 월(越) 양국의 다툼이 한창일 무렵, 월왕 구천(句踐)이 오왕 부차(夫差)의 방심을 유발하기 위해 헌상한 미녀 50명중에서 천하 제일가는 서시라는 절세미인이 있었습니다.
서시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남자들이 서시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려고 항상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서시에게는 어려서부터 가슴앓이 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플 때면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곤 했는데 그 찡그리는 모습이 평소의 얼굴보다도 더 아름다웠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장자 천운(天運)편에 있는 이야기를 보면 서시가 어느 때 가슴앓이가 도져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아픈 가슴을 한 손으로 누르며 얼굴을 찡그리며 걸어도 역시 절세미인인지라 보기 드문 풍경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하였습니다.
한편 서시가 살고 있던 강 건너 마을에 동시(東施)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동시는 서시와는 반대로 추녀중의 추녀였습니다.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비관해서 항상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지내던 동시가 어느 날 서시의 찡그리는 모습에 남자들이 기절할 정도로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찡그리는 것이라면 자기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 동시는, 서시의 찡그리는 얼굴 모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흉한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 중에 부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먼 마을로 도망쳐 버렸다고 합니다.
동시는 무엇이 서시를 아름답게 하였는지 몰랐던 것이지요.
못생긴 여자 동시의 이야기는 중국 전래의 우화입니다 그래서 생겨난 고사가 서시빈목(西施矉目), 효빈이란 성어입니다. 찡그림을 본받는다는 의미의 효빈,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하는 상황을 이 고사에 비유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동시의 찡그린 얼굴’이란 한시에서
서시는 본래 아름다워 찡그림도 고왔으나,
네 얼굴의 찡그림은 본 얼굴만 못하도다.
아! 찡그림 흉내 냄이 어찌 너뿐이랴
세상에 이런 일 나는 많이 보았노라
라고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볼 때,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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