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식언(食言)은 서경(書經) 탕서(湯書)에 나오는 말로 본뜻은 ‘말을 먹다’ 입니다.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말을 먹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식언(食言)은 언기출이반탄지야(言己出而反呑之也)라 입 밖으로 냈던 말을 도로 입 속으로 집어넣는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한번 한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할 때 식언했다고 합니다.
은나라 탕왕(湯王)이 하나라 걸왕(桀王)의 포악무도함을 보다 못하여 정벌할 군대를 일으켰을 때 백성들에게 ‘너희들은 나를 도와라. 그러면 공이 너희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나는 절대로 식언을 하지 않겠다’라고 한 데서 이 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탕왕은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말도 실려 있습니다.
' 하늘은 일을 귀 밝게 듣고, 눈 밝게 봅니다. 백성의 바람으로 말입니다.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이고, 민심은 천심인지라 하늘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식언의 어원이 부정적인 말로 쓰였거나 밥 먹듯 하는 말인 식언(食言), 그 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까닭에 나쁜 뜻으로 변한 것이지요. 우리 일상에도 식언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남을 보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식언은 어느 정도 인간관계의 형성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 신뢰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는 것 입니다.
사람은 식언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실수가 아닌, 습관이 되거나 의도가 있다면 본인의 믿음도 존재할 수 없지만, 상대방도 짓밟는 행위가 되겠지요. 그럼 식언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필요치 않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고, 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 되겠지요.
춘추시대 증자(曾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그의 아내가 장을 보려고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울면서 뒤따르려했습니다.
“시장에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해 줄 테니 집에 있거라.”
아이를 달랠 요량으로 이렇게 말하고 아내는 한걸음에 시장을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증자가 정말로 돼지를 잡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농담으로 한 말이에요.”
이렇게 만류하는 아내에게 증자는 나지막이 말하였습니다.
“아이에게 농담을 하면 안 되오.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배우니 말이오. 아이에게 거짓 약속을 하면 거짓을 가르치는 셈이오. 아이를 속여 아이가 부모를 믿지 않게 된다면 교육이 될 수 없지 않소?”
부부는 결국 아이에게 돼지고기 요리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식언을 하고 삽니다. 자신에게,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식언을 하며 살고 있는지요. 이웃과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의 식언 때문에 국민들은 혼란 속에 사는 일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다른 거짓말을 스무 개나 더 지어 내야 합니다. 참된 말, 참된 행동, 참된 사람들이 함께 하는 세상, 자신도 남도 배부를 수 있는 믿음이 있는 말을 하고 살아가는 세상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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