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공산당(중공)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제조 2025’라는 계획을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발전을 위해 분투해왔다. 이들의 성과는 대부분 ‘인재 빼가기’와 ‘기밀 탈취’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그들의 ‘산업스파이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 핵심 산업 육성
2015년 5월, 중공 정부는 기존의 저임금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2011년 발표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을 모델로 삼아 인공지능(AI)·로봇공학·신소재·반도체·바이오기술·항공우주·해양공학·고속철도·친환경 자동차·전력 설비 등 10대 핵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공은 2024년 4월 기준 목표의 약 86%를 달성했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은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36.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도 2024년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생산량에서 테슬라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러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 2025’ 이후 중공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급증했다. 2015년 GDP 대비 2.06%였던 R&D 지출은 2024년 2.68%로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R&D 투자 상위 20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524개로, 2013년 대비 405개가 증가했다. 투자액도 188억 유로에서 2158억 유로로 11.5배 증가했다.
중공의 기술 발전은 연구개발만의 결과는 아니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2020년 7월, 중국과 연계된 산업스파이 활동이 10년간 1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AI바이오기술 등 전략적 산업에서 산업스파이 활동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됐다.
■ 다양한 산업스파이 전략
중공의 산업스파이 활동은 대개 국가안전부(MSS), 통일전선부(UFWD) 등 국가 기관에 의해 조직되고 지원된다. 이들 국가 기관들은 법적·제도적·사회적으로 가용한 모든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실행한다. 이러한 전략은 공식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수단까지 포함한다.
해외 네트워크 활용
해외에 거점을 둔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산업 기밀을 수집하고 기술 전문가를 영입한다. 유럽 중국전문가협회연합(Federation of Chinese Professional Associations in Europe), 서방 귀국학자협회(Western Returned Scholars Association)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은 중국과 해외 간의 인적 기술적 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인재 영입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천인계획’(千人計劃)이지만, 이 외에도 수백 개의 소규모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천인계획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만인계획’(萬人計劃),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젊은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천인계획’(靑年千人計劃), 특정 기술 분야에서의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설계된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 중공 정부가 해외에서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설정한 ‘국가 해외 고급 인재 계획’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해외의 우수한 과학자와 기술자를 중국으로 유인해 첨단기술과 연구 성과를 중국 내로 유입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된다.
합작 투자, 기업 인수 및 강제 기술 이전
외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 기업 인수, 강제 기술 이전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한다. 중공 정부는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려면 자국 기업과의 합작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며, 이 과정에서 외국 기업의 핵심기술을 이전받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상업 거래로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술 탈취 전략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학술 및 연구 협력
해외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기술을 습득한다. 높은 연봉과 연구비 지원을 미끼로 해외 연구자를 유치하며, 이를 통해 외국의 첨단기술과 연구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러한 협력은 종종 정상적인 학술 교류로 위장되지만, 실제로는 기술 탈취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공동 연구 프로젝트, 논문 공동 저술, 연구소 파트너십 등의 형태를 띠며, 연구 결과물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자 포섭
중공의 산업스파이 전략 중 하나는 기업 내부자를 포섭하는 방식이다. 국가안전부(MSS) 등 정보기관은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가족 및 문화적 유대관계 활용 등을 통해 기업 직원, 연구원, 공무원 등을 포섭한다. 특히 학생·사업가·과학자 등을 산업 기밀 수집에 활용하는 ‘비전통적 정보 수집원’(non-traditional collectors) 전략이 자주 사용된다. 이는 기존의 전문 스파이 네트워크와 달리 감시를 피하기 쉽고, 정보 접근성이 높은 특징을 갖는다.
사이버 스파이
국가 주도의 해킹 그룹을 활용해 주요 국가 및 기업의 기밀 정보를 수집한다. 연계된 해커 조직들은 첨단기술·군사기밀·경제정보 등을 탈취하기 위해 피싱 공격, 악성 코드 배포, 공급망 해킹 등을 수행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IT·방위산업·반도체·통신 분야를 주요 표적으로 삼으며, APT(지능형 지속 공격) 방식을 사용해 장기간 은밀하게 정보 탈취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 한국 기술 유출의 72%는 중공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사건 25건 중 18건(약 72%)이 중공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10건에 달했다.
2023년에 산업 기술 유출이 집중된 분야는 반도체로, 전체 23건 중 15건(약 65%)이 반도체 관련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며, 반도체 산업이 해외 기술 유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통계를 종합하면, 한국의 산업 기술 유출 사건에서 중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적발된 전체 유출 사건의 약 70%가 중국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에 대해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는 (정당한) 기술 굴기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술 도둑질”이라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디머스 법무부 차관보, 빌 프리스탭 FBI(연방수사국) 방첩본부장, 크리스포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기반시설보안국장 등은 일제히 ‘중국제조 2025’에 대해 이 같이 맹공을 퍼부었다.
이들의 미국 외교·산업·사법·방첩 당국이 망라돼 '중국제조 2025'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제조 2025의 문제는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이뤄지는 불공정 행위”라며 “우리는 기술 기밀을 훔치거나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따위의 행태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자유일보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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