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에는 요리 종류도 많고 볶고, 굽고, 삶고, 찌고, 끓이고, 데치는 등 조리법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것은 기름에 볶는 방법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중국 요리는 약 80%가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신선한 야채도 그냥 먹지 않고 일단 기름에 볶고 본다.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법을 좋아하는 걸까?
■ 수질 문제
중국의 물은 대부분 석회 성분이 많은데다 황토도 많이 섞여 있다. 아무리 오랫동안 흙 성분을 가라앉히고 끓여 봐도 물에서 나는 흙내를 완벽히 지울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차(茶) 문화가 발달하게 됐다. 향이 강한 찻잎으로 중국 물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물로 요리를 해도 음식에선 여전히 좋지 않은 냄세가 났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최대한 불을 적게 쓰는 조리법이 애용됐다.
그중에 하나는 증기를 이용해 음식을 쪄내는 것이다. 지금도 찜은 볶음 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조리법이다
중국 요리에는 각종 육수가 사용되는 데 이것도 수질 문제 때문이다. 물에서 나는 잡내를 없애기 위해 파와 생강, 고기나 뼈 등을 넣고 끓인 것이 그 시작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물 대신 기름을 사용해 흙냄새 같은 잡내를 제거하는 것이다. 야채든 고기이든 생선이든 아주 높은 온도의 기름은 표면에 묻은 흙이나 모래, 석회 등 그 어떤 이물질도 분리시켜 준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도의 보급으로 물에서 흙내가 거의 나지 않게 됐지만 식용유를 이용한 음식은 이미 중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여 놓았다.
■ 기후 및 환경
중국의 문명은 지금의 서안(西安) 부근에 있는 황토지대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황토의 퇴적으로 농사엔 최적이지만 기후가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살려면 몸에 기름기가 많아야 한다.
중국은 송나라 후 원, 명, 청을 거치며 약 800년간 3, 4차 한냉기를 맞았다. 이는 중국 북부의 나무 식생에 악영향 끼쳤고, 전국은 장기적인 땔감 부족에 시달렸다. 아로 인해 난방과 요리가 큰 지장을 받았다.
굽고 찌는 것은 많은 연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름은 가열 시간이 상대적으로 훨씬 짧아도 많은 요리를 해낼 수 했었다. 이렇듯 수백 년간 볶음은 가장 경제적인 요리였다.
■ 오랜 농경문화
농경사회에서는 노동 시간이 길수록 생산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부지런함’이 최고의 미덕이다.
그러니 음식을 만들고 먹는 시간도 최대한 줄이는 게 당연히 유리했다.
이런 문화에도 식용유가 큰 역할을 했다. 센 불에 식용유로 볶거나 튀기면 2~3분 만에 요리 하나씩 뚝딱 만들 수 있었기 때문,
볶은 요리는 찌거나 굽는 요리에 비해 보관 기간도 더 길었고, 남은 음식도 기름에 다시 볶으면 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기름은 힘든 육체노동을 견디게 해 줄 칼로리까지 높았으니 늘 시간에 쫓기는 농민에겐 아주 적격의 양념이었다.
■ 식물성 기름의 대중화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요리가 발전하려면 식용유가 싸고 흔해야 한다.
식용유는 크게 식물성 기름과 동물성 기름으로 나뉘는데, 중국은 초기엔 동물성 기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동물성 기름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서 아무나 사용할 순 없었다.
그러다가 기원 전후 무렵의 한나라 시대에 식물 열매에 기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처음 식물성 기름이 등장했다.
이로 인해 콩기름과 유채기름. 참기름 등 이미 다채로운 식물성 기름이 개발됐는데,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된 건 깨에서 짜낸 참기름 이었다.
하지만 볶는 요리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건 땅콩기름 덕분이다. 4세기의 동진(東晉) 시대에 전래된 땅콩은 중국 전역으로 퍼지다가 10세기경의 송나라 시대에 이르러선 일반 백성들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기름이 됐다.
더구나 땅콩기름은 100도 이상 넘어가면 증발해 버리는 물과 달리 300도 이상이 되어도 타지 않기 때문에 볶음 요리엔 정말 최적의 식용유였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프라이팬인 웍의 대중화까지 이루어져 송나라 이후 기름에 볶거나 튀긴 요리는 지금까지도 줄곧 중국 요리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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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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