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우리나라는 한때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과 사람 간의 삶엔 언제나 많은 부딪힘이 있게 마련이지만 요즘의 우리사회엔 이해와 관용보다 분노와 보복이 넘쳐나는 모양새다.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근친상간이 난무하며 이웃 간에도 서로 해치고 보복하는 일이 다반사다. 길에서는 보복 운전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고 심지어는 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대중뿐 아니라 지도층인 정치인들 속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어느 집단에서나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고 아이가 아이답지 못한 그야말로 어지러운 형국이다.
그동안 우린 총기 난사 등 대낮의 강력범죄는 미국 등 먼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줄 알았지만 이제 한국 사회도 강력범죄의 청정구역이 아님이 확인됐다.
이는 각박하고 자극적이며 치열한 경쟁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며, 한국인의 상당수가 정신적·행동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분노를 체험하고 그런 분노는 해소되지 못한 채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으로 표출된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분노 사회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분노의 잘못된 표출은 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양상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하고 다투는 것도 분노를 이기지 못함이요. 대중들이 정치적으로 팬덤을 이루어 다투고 비방하는 것도 분노의 탓이다. 세상 모든 분열과 다툼의 근원에는 분노가 도사린다. 이런 가운데 ‘분노조절 장애’는 매우 흔한 증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분노를 더욱 참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사회 풍조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풍조와 고도 산업 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조는 사람들을 정서적 사각지대로 계속 내몰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이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정서적 문제도 있겠지만, 분노를 참는 마음의 훈련이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다.
분노가 많은 사회는 불안한 사회다. 분노는 살인, 방화, 테러 등 온갖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표출돼 사회 안정을 해치며, 본인의 삶은 타인의 삶도 파괴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쇄신과 정서적 풍토 조성도 중요하겠지만 백인유화(百忍有和; 백번 참는 곳에 큰 평화가 있다)를 위한 훈련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계속)
아산포커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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