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영국은 오랫동안 ‘맛없는 음식’으로 놀림을 받아왔는데 영국인들조차도 자신들의 음식에 관한 농담을 피하지 않는다.
영국은 ‘근사한’ 사연이 있는 대표 요리도 딱히 없는데다 이웃나라 프랑스가 워낙 요리로 유명해 더 비교를 당하면서 ‘세계에서 최악’이라는 모욕적 프레임도 피할수 없었다.
한 때 여러 식민지를 거느린 대영제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런 프레임은 수치스러울 수 있다.
영국이 이렇게 된 것은, 요리에 전혀 소질이 없다기보다는 전통 요리가 발전하고 대중화될 기회가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메뉴는 ‘피시 앤 칩스’다. 이는 간식으로 먹는 메뉴이기에 영국의 대표 요리라고 소개하는 것은 ‘조롱’의 뉘앙스가 있다.
영국 음식이 ‘맛’에 관해 놀림을 받은 세월은 200년이 넘지만 그중에는 오해도 있다.
인터넷에 퍼져 있는 영국의 여러 ‘괴상한 음식’들에 대해 영국인의 입장에서 변명을 해 보자면 ‘스타게이지 파이’는 영국인들도 거의 먹지 않으며 영국식 순대인 ‘블랙 푸딩’도 우리의 순대와 재료나 비주얼에서 큰 차이가 없다.
맛이 매우 끔찍한 ‘장어젤리’도 영국의 음식 중 하나다. 이 음식은 런던 빈민가 이스트엔드(East End) 지역에서 영양 섭취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었던 ‘구호 식량’에 가깝다.
조리도구도 만들 시간도 없다 보니 장어를 그냥 삶아서 먹었고, 그 국물이 식으면서 장어의 젤라틴과 합쳐져 자연스럽게 젤리가 된 것이다. 비린내를 잡기 위한 방법이 없었다면 '끔찍'한 맛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영국 음식들이 괴상한 이름과 모양 때문에 먹어보지 않고도 평가절하 당해 왔다. 취두부가 중국 요리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이 요리들로 영국 음식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샌드위치, 체다치즈, 스콘, 비스킷, 파운드 케이크 등을 만든 나라이니 말이다.
19세기 초 유럽 국가들이 아침을 대충 때우고 있을 때 영국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라는 선진적인 아침식사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런치’로 불리며 큰 명성을 얻었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에도 ‘영국식 애프터눈 티세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런던은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고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여러 고급 식당들이 있는데, 이것만 봐도 영국인들이 단순히 요리에 소질이 없다거나 미식을 즐길 줄 모른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식당들은 대부분 프랑스식이며 영국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건 분명하다,.
영국 전통음식이 널리 확산되지 못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어 밀농사와 목축업이 발달한 덕에 빵과 소고기 생산은 매우 풍부했다. 고기의 품질도 우수해서 스코틀랜드의 ‘블랙 앵거스’는 최고의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마다 소고기를 감자, 양배추 등과 함께 푸짐하게 먹는 ‘선데이 로스트’라는 식사 전통이 있었다. 반면 최소나 과일은 다양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경우 땅이 크고 기후가 다양해서 여러 식재료들을 구할 수 있었고 대표적인 지중해성 기후인 이탈리아는 올리브와 와인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국은 그에 비해 면적이 작고 자주 비가 내리는 기후이다 보니 일조량 부족으로 작물이 잘 자라지 못했고 한정된 종류의 채소만 재배할 수 있었다.
이런 영국의 기후는 북유럽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유럽 국가들도 영국 못지않게 음식이 맛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다 보니 영국 사람들은 빵과 고기만 먹고 채소 요리는 잘 먹기 어려웠다. 식재료의 다양성과 허브 등 향신료의 부족도 요리 종류와 조리법의 발전에 큰 제약이 됐다.
일례로 영국의 소고기 요리인 ‘로스트 비프’의 조리법만 보더라도 고기를 통째로 굽고 오로지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한다. 좋게 표현하면 양념 맛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조리법이다.
하지만 이런 조리법은 재료가 좋을 경우엔 문제가 없지만, 재료가 좋지 않을 경우 맛이 없게 된다.
양념이라도 풍부하다면 저렴한 재료의 맛을 커버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보니 영국 음식은 ‘밍밍하다’거나 ‘맛이 없다’는 평가를 종종 받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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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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