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우리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하게 관념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잘 살펴보면 참으로 놀라운 진리의 ‘일단(一端)’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나(我)’와 ‘나의 것’이라는 단어다. 우리는 관념적으로 ‘나의 집’ ‘나의 자동차’ ‘나의 자녀’ 라고 말하는데, 이 경우 ‘나’는 ‘집’이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며, ‘자녀’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다시 말해 ‘나’라는 존재와 ‘나’라는 소유객체인 ‘집’ ‘자동차’ ‘자녀’ 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집’이나 ‘자동차’가 ‘나의 것’일 수 있어도 ‘나(我)’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단지 ‘집’이나 ‘자동차’라는 일시적 소유객체의 주인일 뿐이다.
“나는 홍길동이다”라고 말할 때 과연 그 말은 맞는 말일까? 위의 논리대로 한다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나는 결코 ‘홍길동’일 수 없으며 단지 ‘나의 이름’이 홍길동일 뿐이다.
이 세상에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동명이인(同名異人)도 많으므로 이름은 같아도 같은 이름을 쓰는 주인(主人公)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이름은 편의상 붙인 것일 뿐 ‘나’는 이름과 무관한 ‘나’인 것이다.
우리가 가장 혼동과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나의 몸’이 ‘나’인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실은 ‘나’와 ‘나의 몸’은 별개다. 몸을 자동차라고 하면 나는 자동차의 운전기사인 것이다. ‘나’는 나의 ‘몸’의 주인일 뿐, 나의 ‘몸’은 ‘나’가 아닌 것이다.
‘그가 죽었다’라고 할 경우 과연 그는 죽은 것인가? 실은 ‘그’라는 존재가 죽은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이 죽었을 뿐이다. ‘그는 남자다’ ‘그는 여자다’라는 말은 어떤가? 진실로 그는 ‘남자’이고, 그는 ‘여자’인가? ‘그의 몸’ 속에서 그 몸을 조종하는 ‘그’는 모양도 소리도 없는 존재로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몸’은 무엇일까? ‘몸’은 ‘모음’의 줄임말로 우주의 모든 원소가 ‘모아진 상태’ 를 가리킨다. 즉 우리의 ‘몸’은 원소의 집합체적 모습일 뿐 그 몸 자체가 참된 ‘나’는 아닌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고 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이 그 누가 죽은 것을 말할 때 ‘아무개가 돌아갔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지극히 올바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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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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