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우리는 진실과 거짓이 난무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와 뉴스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남녀노소 모두 정보의 홍수에 빠졌다.
예전에는 집에서 구독하는 신문 1~2개와 TV의 공영방송 몇 개가 뉴스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류는 그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정보 시대를 맞게 됐다.
특히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SNS)는 정보의 홍수를 가져왔다. 예전의 신문과 TV가 일방통행이었다면 유튜브와 SNS는 뉴스의 소비자가 뉴스의 생산자를 겸하는 쌍방통행이다.
시간의 경계도 무너졌다. 예전의 신문과 TV가 일정한 시간에 공급된 데 반해 스마트폰의 일반화로 24시간 정보가 쏟아진다.
소위 아날로그 시절엔 직접 만나거나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지금은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서든 수천, 수만 명과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예전엔 기껏해야 가족이나 친구가 다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인으로 범위도 넓어졌다.
■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
대부분의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우리의 뇌 역시 정보를 판단할 때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정보가 너무 많을 경우, 한계점에 도달한 뇌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쉽게 판단하는 ‘인지적 게으름’에 빠지게 된다.
광고는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인지적 게으름’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수많은 제품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평소 자주 접했던 광고의 브랜드가 선택의 기준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되어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좌파’나 ‘우파’로 쉽게 단정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인지적 게으름’의 일반적 사례다.
말 한마디 또는 댓글 하나로 평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자신이 쌓아 놓은 편견의 범위 내에서 판단하거나 단정 짓는다.
‘인지적 게으름’은 ‘확충 편향’이라는 방식을 통해 정보를 보다 더 쉽게 처리하려 한다. 새로운 정보를 접힐 때 자신의 신념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방식 안에서는 정보에 대한 ‘옳고 그름’이 설 자리는 없게 된다.
인터넷 포털이나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한다. 알고리즘은 내가 특정분야에 한번 관심을 보이면 집요하게 같은 분야를 추천하며 편향된 확충을 끊임없이 강화시킨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모임도 확충 편향의 또 다른 예다.
이러한 모임에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신념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고립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여럿이 함께 하므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져 마음도 편하다.
이미 수많은 과학적 증거가 쌓였음에도 그것을 고집스럽게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는 이런 현상을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참과 거짓이 아니라 동료들이 옳다고 해주는 것들이 진리가 된다”고 확신한다. 진실보다 자신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가짜 뉴스는 바로 이런 토대 위에서 전염병처럼 쉽게 퍼지기 때문에 당신이 무엇을 믿는가는 당신이 누구와 알고 지내는가에 달려있다.
포스트 트루스의 시대엔 전문가들이 아무리 명백한 중거를 내놓아도 자신의 편의 말을 더 신뢰하며, 그런 믿음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된다.
■ 가짜 뉴스
언론이 기득권화되면서 불신의 대상이 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요즘 언론은 수많은 가짜 뉴스가 난무함에도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울 뿐 옳고 그름을 가리는 진실보도에 소홀하기 일쑤다.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 기술대학과 미시건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불안’과 ‘분노’를 크게 느낄수록 가짜 뉴스를 더 쉽게 믿으며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가짜 뉴스가 가장 쉽게 퍼지는 분야는 세계 어디서나 정치권이다. 이 집단에선 역화효과(Backfire Effect)가 뚜렷이 나타난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자신의 정보나 인식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를 얻음으로써 민주주의가 더 굳건해 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가짜 뉴스의 범람으로 공론의 장이 왜곡되면서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가짜 뉴스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이익이 숨어 있다. 그것은 정치집단일수도 있고 기업일수도 있으며 개인일 수도 있다.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 일부에선 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기 때문에 일일이 규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은 뻔한 일이다. 이미 진행 중인 것도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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