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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中文化] 두 승려 이야기

문화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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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중국 남북조 시기 익주(益州 지금의 사천성)의 모 사찰에 두 명의 승려가 있었다. 한 사람은 법명이 혜공(慧恭)이었고 또 한 사람은 혜원(惠遠)이라 했다. 혜공 화상은 나중에 형주(荊州), 양주(揚州) 일대를 행각하며 수련을 계속했다. 반면 혜원 화상은 장안으로 선발되어 불경을 학습했다. 세월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30년이 지나 세상은 이미 수(隋)나라의 천하가 되었다.

전에 장안에서 불경을 공부했던 혜원은 이미 불교경전에 정통한 승려가 되었다. 그는 학문에서 성취를 이룬 후 익주로 돌아와 널리 불경을 강의하며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혜원은 막 행각에서 돌아온 혜공을 만났다. 혜원은 너무 기쁜 나머지 그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지난 30여 년 동안 자신이 배우고 느낀 것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혜원의 말은 막힘없이 도도했으며 며칠 밤을 새워도 그칠 줄 몰랐다. 혜공은 줄곧 그의 말을 경청했다.

드디어 혜원이 말을 끝낸 후 혜공이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는 물어보았다. “우리가 헤어진 지 이렇게 오래되었고 천만다행으로 어렵사리 만났는데 자네는 왜 아무 말도 없는가?”

혜공이 대답했다. “자네가 언급한 그런 경전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자연히 할 말이 없는 것이네.”

혜원이 다시 물었다. “불경을 강론할 수 없다면 그럼 자네가 외울 수 있는 경전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러자 혜공은 “겨우 한 권뿐이라네.”라고 대답했다.

혜원은 이 말을 듣고는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그 경전(관음경)은 어린 아이들도 외울 수 있지 않은가! 아주 오랜 기간이 지났네. 자네는 나와 함께 수련하여 반드시 정과(正果)를 얻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는가? 설마 지난 30여 년간 겨우 이 한권의 경전만 외웠단 말인가! 이것은 우둔한 것이 아니라 나태한 것일세. 자네가 이렇게 한심한 사람이라니 내 더 이상은 자네와 사귀고 싶지 않네. 더는 이곳에 머물지 말고 빨리 떠나주게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혜공이 대답했다. “경전이 비록 작다해도 역시 부처님 말씀이라네. 존경하는 자는 무량한 복이 있을 것이요 업신여기는 자는 무량한 죄를 얻게 된다네.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게나. 일단 내가 한번 경을 외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세.”

혜원은 크게 비웃으며 “이 경전은 내가 그동안 수백 번도 넘게 강의한 것인데 나더러 자네가 외우는 경을 들어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혜공은 “자네가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본다면 나를 우습게 여긴다는 이유로 내가 외는 불법을 함부로 할 순 없다네.”라고 했다.

그리고는 마당에 단(壇)을 설치한 후 단 위에 높은 의자를 놓았다. 부처님께 예를 올린 다음 자리에 앉아 경을 외웠다. 혜원은 그가 이렇게 공경하게 경을 외우는 것을 보고는 잠시 처마 밑 큰 의자에 앉아 그의 독경을 들었다.

혜공이 경전의 제목을 읽을 때 갑자기 한 가닥 기이한 향내가 나더니 방안을 가득 채웠다. 또 본문을 읽을 때는 천상에서 오묘한 음악이 울리더니 4가지 종류의 천화(天花)가 떨어져 내려왔다. 하늘의 음악(天樂)은 맑고 깨끗하게 공중에 울려 퍼졌고 천화는 비처럼 땅위에 내렸다. 혜공이 독경을 마친 후 자리에서 내려오자 천화와 천악(天樂)이 비로소 사라졌다.

혜원은 이때 이미 깜짝 놀라 혜공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저 혜원을 당신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냄새나는 시체와 같습니다. 부디 잠시 머무르시며 가르침을 주시길 청합니다.”

혜공은 “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부처님의 힘이라네.”라고 말하고는 혜원을 향해 길게 읍을 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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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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