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월트 디즈니가 2010년대에 들어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소수자 캐릭터들을 본격적으로 작품에 포함시키며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주의'를 지나치게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PC주의는 인종, 성별, 종교, 성적지향 등과 관련해 소수 약자에 대한 편견이 섞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최근 월트 디즈니는 전 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감 없이 가르치려고만 드는 '월드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인상이다.
디즈니는 지난 5월 개봉한 실사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작품 자체보다 캐스팅 등 제작 방향을 둘러싼 이슈 때문이었다.
디즈니는 원작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보며 꿈꾸고 상상했던 팬들의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은 채 실사 영화 '인어공주' 에리얼의 외형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1989년 원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붉은 머리의 백인 캐릭터 '에리얼'을 2023년 실사 영화에서는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맡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향수와 추억은 파괴되고, 낯설기만 한 흑인 인어를 에리얼로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도한 PC주의에 빠진 '인어공주'에 대한 반감은 전 세계적 흥행 성적에서 충분히 감지된다. '인어공주'는 지난 6월 11일 기준 4억1482만 달러(한화 약 5310억 원)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기록, 손익분기점인 8억4000만 달러(한화 약 1조752억 원)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63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관객들은 '인어공주' 속 흑인 에리얼 뿐 아니라 단조로운 서사를 비롯해 너무 어두운 스크린 명도, 과도하게 사실적인 영화 속 캐릭터를 지적하며 혹평을 내놨다.
198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1970~1980년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월트 디즈니를 일으켰다.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었던 대표작인 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팬들도 많다.
그러나 2023년 판 '인어공주' 에리얼은 팬들의 기억 속 주인공과 완전히 다른, 심지어 인종마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많은 원작 팬들을 실망시켰다.
흑인 에리얼에 대한 거부감은 '#NotMyAriel(나의 에리얼이 아니야)'이라는 SNS 해시태그 활동으로 이어졌다. '인어공주' 세계관과 스토리 속 동떨어진 이미지의 에리얼은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마음대로 바꿔 비판을 자초했다. 관객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걸까?
만약 디즈니가 원작이 없는 새로운 창작물로 접근했다면 흑인 공주든 동양인 공주든 이 같은 논란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작품과 캐릭터에 많은 팬들의 기대를 무시했다는 점이 비판을 받는 이유다.
디즈니는 PC주의를 콘텐츠에 담아 사람들에게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의 편견을 없애고 다양성 존중의 인식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메시지는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누군가에 의해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수용자들이 콘텐츠로부터 '가르치려드는' 느낌을 받는 순간 콘텐츠는 성공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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