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反시진핑 엘리트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내 정보망 구축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시진핑 체제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사실상 시진핑 체제 전복을 위해 중국 내 엘리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미여서 그 후과(後果)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CIA가 중국 내부에서 착수한 인적 정보망 복원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CIA는 과거 중국 내부에서 인적 정보망을 운용했지만, 지난 2010년 20여명의 중국 정보원이 방첩 작전에 걸려 죽거나 투옥되면서 와해된 바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표류하자 미국 정보기관은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이 사건을 인지한 후 중국군 고위 장군들을 향해 격분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CIA는 시진핑이 스파이 풍선을 통한 정보활동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스파이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인민해방군이 시진핑에게 보고하지 않고 숨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시 사건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되는 등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자 그때서야 시진핑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고, 이에 그러한 문제를 보고하지 않은 군부 고위 지도자를 격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어떠한 경로로 스파이 풍선 관련 시진핑의 동정을 파악했는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중국 고위급 내에 미국의 정보원들이 암약하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CIA는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하이난섬에서 발사된 1월 중순부터 그 이동을 추적해 왔고, 당연히 미국 내 진입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만큼 정밀하게 중국 군부 내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진핑을 포함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들조차도 이 스파이 풍선의 미국내 진입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미국이 확인한 정보 내용이다. 그래서 시진핑을 포함한 군부 지도자들이 격분했다는 것.
■ 習 권위주의 지나쳤나?
현재 중국에서 고위급 엘리트들이 反시진핑파로 돌아서면서 美CIA에 정보를 제공까지 해 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만큼 시진핑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사실 CIA가 중국 내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진핑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진핑에게 반감을 품게 된 정·재계 엘리트 등이 CIA에 협조적인 자세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YT는 “중공 엘리트 가문의 자녀 등 저명한 인사 중에서도 사적인 자리에서 중국 대내외 정책 변화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산당 엘리트 가문의 상당히 비중 있는 인사를 포함한 일부 저명한 중국 인사들은 사석에서 중국이 취한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자 CIA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윌리엄 번스(William J. Burns) 국장 취임 이후,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중국에 새로운 미션 센터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관리들은 CIA의 정보원 네트워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번스 국장은 7월에 공개적으로 “강력한 인간 정보 역량을 재건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첩보활동과 함께 방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한 싱크탱크 소장을 통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CIA를 이끌었던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을 포섭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해군 함정 시스템과 관련한 각종 문서를 중국으로 넘긴 해군 병사 2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정보 취득을 위해 해킹 등을 계속하면서도 인적 정보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정보요원을 겨냥해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감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정교하고 고도로 표적화된 침투로 인해 중국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와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 고위 외교관들의 이메일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관리들은 정부 기밀을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전직 중국 정보 분석가이자 조지타운 대학교의 선임 연구원인 데니스 와일더는 “미국 지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국 정보 기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 고위급 지도자들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번 인도에서 열렸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대표단이 도·감청설비로 의심되는 첩보 장비를 호텔에 반입하려다 실패한 바 있는데, 이 역시 다른 국가들의 동정을 파악하기 위한 도감청 장비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美, 中 스파이 색출 박차
국가라면 누구라도 스파이 활동을 국가 운영의 근간으로 삼는다. 스파이 활동이 상대국이나 적대국과의 전쟁을 예방하거나 섬세한 협상의 순조로운 길을 열게 할 수도 있지만, 국가간 무력 충돌을 가속화하거나 외교적 균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도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만행을 있는 그대로 공개했고,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첩보를 공개하는 바람에 중국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막았다.
또한 블링컨 장관이 지난 6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쿠바에서의 중국의 정보활동을 문제 삼은 바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 획득을 위해 미국은 인적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방법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미국은 본토 내에서 암약하는 중국 스파이들의 색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현재 진행 중인 중국 정보 수사가 수천 건에 달하며 56개 현장 사무소 모두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든 현장 사무소에는 주로 중국 정보의 위협에 초점을 맞춘 방첩 및 사이버 태스크 포스가 있다.
이러한 조사에는 중국 스파이가 정보원을 모집하고, 정보를 훔치고, 시스템을 해킹하며, 소위 경찰 전초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에서 중국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고 위협하려는 시도까지 포함된다.
CIA 역시 중국 때문에 전략 중심축을 대테러 활동에서 정보수집으로 옮겼다. 이를 위헤 CIA는 중국미션센터(CMC)를 만들기도 했다.
CIA의 중국 정보활동 강화는 중공의 첩보활동이 통상적인 디지털 수단이나 정보요원을 동원해 뚫기 어려운 상대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NYT가 지난 3월 보도했던 FBI의 중국 스파이 일망타진 작전이 좋은 사례다.
사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16일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스파이로 미국의 산업 기술을 빼낸 쉬옌진(Yanjun Xu, 42)이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스파이가 실제로 미국 영토에서 재판을 받아 처벌받은 첫 사례였다.
NYT는 이 법무부의 발표 내용을 집중 추적해 FBI가 쉬옌진을 벨기에로 유인하고, 벨기에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아 미 법정에 세우기까지 벌인 모든 방첩(防諜) 활동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해 소개한 바 있다.
이렇게 중국 스파이들을 향한 방첩활동도 강화하고 있지만, 反시진핑파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에서 미국을 돕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만큼 중국 사회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