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 예고 협박 및 칼부림 사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영화나 드라마, TV 프로그램 등의 강도 높은 폭력 묘사가 범행에 동기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 TV 프로그램 등을 보면 폭력 묘사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에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넘쳐나고, 재미를 추구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마저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낸다.
특히 규제 사각 지대에 놓인 OTT에서는 폭력과 살해, 마약 범죄 등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일례로 올 여름 개봉한 영화 '밀수'에는 △칼과 도끼, 쇠사슬을 들고 인정사정없이 서로를 향해 휘두르거나 △상대방의 숨이 멎을 때까지 수십 번이고 칼을 내리꽂는 등 잔인한 장면이 다수 담겼다.
이 영화는 1970년대 가상의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녀들의 해양 범죄 활극으로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하는 내용으로 15세 관람가지만, 지나치게 잔혹한 액션 장면이 등장한다.
흥행을 위해 줄거리와 상관없는 자극적인 장면을 끼워넣는 경우도 많아졌다.
K-콘텐츠로 대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폭력성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미국과 유럽, 태국 등에서는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오징어게임의 폭력성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때 조폭영화가 성행하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한국영화는 욕 빼면 시체라고 할 정도로 욕이 난무했다면 요즘은 너무 잔인해져 문제"라며 "칼로 사람 목을 정중앙으로 찌른다든지 눈알을 빼고 손목을 자르는 등 표현이 과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도 "요즘 영화 속 악당은 경찰과 검찰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드라마나 주제의식의 뒷받침 없이 의미없는 난폭한 이미지가 범람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과도한 폭력신이 필수적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요즘에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주로 볼 수 있었던 사이코패스형 범죄물 역시 쏟아지고 있다. 최근 장르에선 사이코패스가 없인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는 손쉽게 사람을 죽이는가 하면(SBS TV '펜트하우스' 주단태와 tvN '마우스' 한서준), 더 거대한 악으로 변신해 신과 같은 힘을 가지려 하거나('루카: 더 비기닝' 황정아) 세상을 멸망시키려(JTBC '시지프스' 시그마)하기도 한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양심이나 인성, 배려 등은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움이 크다.
문제는 사이코패스나 범죄 사건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OTT, 유튜브로 매체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범죄를 자극적이고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극적·가학적인 묘사가 범람하면서 모방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은 사이코패스물이나 범죄물을 보며 범행에 동기 부여를 하기도 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컴퓨터에는 '양들의 침묵' 등 잔혹한 살인범을 다룬 영화들이 저장돼 있었고, 정남규의 집에도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비디오물이 다량 발견됐다. 지난 5월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역시 범죄 수사물과 영화 '화차'를 반복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외철 부경대 융합인재개발학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에 영향을 받은 모방범죄는 1971년부터 방영된 '수사반장'이 그 시초일 정도로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며 "요즘은 재연을 넘어 범죄나 수사의 참여자가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하다보니 지나치게 상세한 수법 설명, 자극적인 현장 묘사 등이 만연하다“며 ”범행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정유정이 범죄를 계획하는 데 미디어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잔인한 폭력물이 넘쳐나는 한국 영화와 일부 TV 프로그램 등이 범죄를 조장하는지 여부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모방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영상물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미디어 트렌드 관련 커뮤니티에선 △잠재된 범죄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범죄물은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 범죄 스토리가 노골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영상에선 칼부림이 너무 난무한다 △수위 조절이 요구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종교단체 등에서도 “폭력적인 영상과 이미지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영적·육체적·사회적 차원에서 계속 해악을 끼칠 것”이라며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미디어의 폭력성에 제동을 걸고 비판적 감시의 끈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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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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