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부마(駙馬)’는 옛날 황제나 임금의 사위 즉, 공주의 남편이다. 그런데 왜 황제의 사위를 말과 관련이 있는 부마라고 했을까?
‘한서(漢書) 백관공경표(百官公卿表)’에는 “마도위(馬都尉)가 부마(駙馬)를 관장하며 무제(武帝) 때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안사고(顏師古)는 이에 대한 주석에서 “부(駙)란 부마(副馬)를 말하며 정면에서 마차를 끌지 않는 말을 모두 부마라 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므로 부(駙)란 원래 옆에서 수레를 끄는 말을 가리킨다. 부마란 이처럼 애초 말을 관리하는 관직에 불과했으며 완전한 명칭은 ‘부마도위(駙馬都尉)’였다.
위진남북조시대에 오면서 변화가 발생했다. 위(魏)나라의 학자 하안(何晏)이 금향(金鄉)공주와 혼인하자 위문제(魏文帝)는 그에게 부마도위를 제수했다.
나중에 진(晉)나라의 두예(杜預)가 선제(宣帝)의 딸인 안륙(安陸)공주와 혼인해 부마도위가 되었고 왕제(王濟) 역시 진 문제(文帝)의 딸 상산(常山)공주와 혼인해 역시 부마도위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위진시대 이후 황제의 사위가 되면 관례적으로 부마도위란 관직을 제수하게 되었고 이를 약칭해 부마라 부르게 됐다.
부마가 황제의 사위에게 수여하는 명예직으로 변하면서 실제로 수레와 말을 관장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맡았다. 부마는 이제 관직의 이름이라기보다 황제의 사위를 호칭하는 명사였다.
중국 고대에 황제의 사위를 부르는 호칭은 부마 외에도 제서(帝婿, 제왕의 사위), 국서(國婿, 나라의 사위), 주서(主婿, 인주의 사위) 등이 있었다.
나중에 청나라 때 이르자 부마란 호칭이 액부(額駙)로 변했다. 청사고(靑史稿)의 기록에는 공주액부(공주의 남편)는 지위가 일반적인 후(侯)나 백(伯)보다 높다고 했다.
한편, 실제 역사기록과 일치하진 않지만 부마의 유래에 관해 중국 민간에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 전설은 진시황과 관련 있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해 최초의 중앙집권국가를 세웠다. 그는 자신을 황제(皇帝)라 칭하기 시작했고 늘 각지를 순행하며 위엄을 과시했다.
그러다 박랑사(博浪沙, 지금의 하남성 남양)에서 장량(張良)의 사주를 받은 장사의 습격을 받았는데, 장사의 공격은 진시황이 탄 수레가 아니라 수행하던 부거(副車)를 맞혔다.
이 일로 깜짝 놀란 진시황은 각지를 순행할 때 돌발 상황에 대비하려고 부거를 다수 배치했다. 남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황제가 부거에 탄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후 역대 제왕들이 진시황의 예를 쫓아 순행할 때 자신의 대역을 내세워 부거에 태웠는데 주로 사위를 내세웠다고 한다. 사위는 황실의 가족이라 황제의 위의(威儀)와 존엄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사위는 종친이 아니므로 희생양을 삼으려 했다. 황제의 사위가 황제를 대신해 부거를 타고 각지를 순행하면서 사람들이 황제의 사위를 ‘부마’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부마의 유래에 대한 민간 전설 한 가지가 더 있다.
한나라의 유방은 초나라의 항우와 전장에서 맞서던 시절 2명의 마부가 모는 수레를 타고 전투를 지휘했다. 앞 두 자리에 정마(正馬)와 부마(副馬)가 앉았고 뒷자리에 유방이 앉았다.
어느 날 유방은 패현 근처에서 항우와 격전을 벌이다 크게 져 도피했는데 정마(正馬)가 화살에 맞아 즉사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마(副馬)가 정마의 자리에 앉아 마차를 몰면서 유방을 보호할 묘안을 냈다.
자신이 입고 있던 붉은 옷과 유방의 황포(黃袍)를 교환한 뒤 마차가 커브를 지날 때 유방이 마차에서 뛰어내리게 한 것이다. 항우의 병사들은 줄곧 황포가 유방이라고 생각해 황포를 추격했지만 마차를 따라잡고 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른 커브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후에 황제가 된 유방은 부마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도위(都尉)라는 관직을 하사했고 자신의 딸을 배필로 삼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부마도위(副馬都尉)’라 부르게 되었다.
여기서 ‘보조 마부’라는 뜻의 ‘副馬’가 격에 맞지 않아 ‘駙馬’로 바꿔 부르면서 부마도위(駙馬都尉)가 됐다. 나중에 도위라는 명칭이 빠지고 간단히 부마라 불리면서 부마가 황제의 사위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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