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에는 중매인을 지칭하는 단어가 많다. 빙인(冰人), 홍랑(紅娘), 획가(劃柯), 매작(媒妁), 월로(月老 월하노인), 보산(保山), 매증(媒證) 등이 그것이다.
그 중 ‘빙인’의 쓰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명나라 때 아동교육서인 ‘서언고사(書言故事)’에서 “중매(媒)를 빙인(冰人)이라 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명대부터 사용한 빙인(冰人), 직역하면 얼음인간이라는 뜻인데, 왜 중매인을 뜻하는 말이 됐을까?
우선 옛날에는 남자가 어떻게 아내를 맞이했는지 알아보자.
고대에는 일반적으로 얼음과 눈이 다 녹지 않은 음력 2월 무렵 남자가 아내를 맞이했다. 이때가 음양(陰陽)이 접하는 때로, 양기가 처음 생겨나고 음기가 점차 쇠퇴해 만물이 활발히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고대인은 이 때 혼례(婚禮)를 치르면 음양의 도(道)와 만물이 생장하는 자연의 법칙에 맞는다고 여겼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얼음이 녹고 봄이 오면 농사철이 시작돼 바쁘기 때문에 그 전에 혼례를 치르지 못하면 한동안 결혼하기 힘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시경(詩經)’에서는 “남자가 아내를 데려오려면 얼음이 풀리기 전에 해야 하네(士如歸妻,迨冰未泮)”라고 표현했다. 아직 얼음이 다 녹지 않았을 때가 혼례를 치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빙인이 중매인을 뜻하게 된 것은 진(晉)나라 때 꿈 해몽에 정통한 색담(索紞)이란 인물에게서 비롯됐다.
진나라 관리였던 영호책(令狐策)이란 인물은 어느 날 자신이 얼음 위에 서서 얼음 아래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꿈을 꿨는데, 그 꿈의 뜻을 알 수 없어 색담을 찾아갔다.
색담은 다음과 같이 운을 뗐다. “얼음 위는 양에 속하고 얼음 아래는 음에 속합니다. 때문에 얼음 위와 아래가 대화하는 것은 바로 음양의 일과 관련됩니다.”
시경에 나오는 ‘남자가 아내를 데려오려면 얼음이 풀리기 전에 해야 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꿈에 얼음을 본 것은 혼인과 관련된 일이라고 풀이했다.
“당신이 얼음 위에 서서 얼음 아래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은 음과 양이 관계가 생긴 것을 대표합니다. 그러므로 중매쟁이와 같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당신이 장차 다른 사람을 대신해 중매인이 될 것이며 또 얼음이 풀리지 않았을 때 혼담이 성사될 것입니다.”
이것이 색담의 결론이었는데, 이 해몽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중매인을 가리켜 ‘빙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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