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생로병사란 인생의 자연스런 법칙이다. 사람이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특히 죽음을 기피해 꺼리는 표현이 많았다. 때문에 죽음을 뜻하는 ‘사(死)’는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다르게 부르는 별칭이 아주 많다. 가령 황제의 죽음은 가붕, 붕조(崩殂), 대행(大行) 등으로 사용했고 일반 평민의 죽음은 몰(歿), 조(殂), 고(故), 종(終) 등으로 표현했다.
고대의 기록을 살펴보면 제갈공명의 출사표에는 “선제께서 창업하신지 반도 되지 못해 중도에 붕어하셨습니다(先帝創業未半,而中道崩殂)”라고 표현했다. 또 당나라 건국과정을 묘사한 고대소설 ‘설당(說唐)’에서는 “(수)문제가 가붕할 때 유조를 남기지 않으셨다(當文帝駕崩時,並無遺詔)”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고대 황제들의 사망에 대해 특별히 가붕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가(駕)의 원뜻은 수레를 총칭한 것이다. 제왕이 타는 수레를 전문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에는 차가(車駕) 또는 난가(鑾駕) 등이 있는데, 고대 황제의 어가에는 대가(大駕), 법가(法駕), 소가(小駕)의 구별이 있었다. 이중 황제가 출행할 때 의장대의 규모가 가장 큰 것이 대가이다.
또 당나라 제도에 따르면 천자가 거처하는 곳을 아(衙)라 하고 출행하는 것을 가(駕)라고 했다. 때문에 ‘가’ 역시 점차 고대 황제의 존칭으로 쓰이거나 황제나 천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 시작했다. 황제를 호위하는 것을 ‘호가(護駕)’라 하거나 황제가 타는 수레를 가리켜 ‘성가(聖駕)’라 하는 식이다.
한편 붕(崩)이란 산이 무너지는 것을 가리키는데, 고대에는 천자의 죽음을 아주 중시했기 때문에 흔히 산이 무너지는 것으로 비유하곤 했다. 주(周)나라 때 천자의 죽음에 대해 최초로 ‘붕(崩)’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예기(禮記)’에는 “천자의 죽음을 붕(崩)이라 하고 제후의 죽음을 훙(薨), 대부의 죽음을 졸(卒), 선비의 죽음을 불록(不祿), 서인의 죽음을 사(死)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에는 이처럼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도 신분에 따라 다르게 표현했다.
가(駕)란 본래 수레의 의미에서 나중에 황제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변했고 붕(崩)이란 황제의 죽음이 큰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가붕(駕崩)’이란 단어는 전문적으로 황제의 죽음을 존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일반 백성들의 죽음은 특별한 피휘 없이 ‘사(死)’라고 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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