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일상생활 속에서 종래로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나 혹은 처음 나타난 일에 대해 중국에서는 종종 ‘파천황(破天荒)’이란 표현을 쓴다.
파천황의 글자를 풀이하면 깨뜨릴 파(破), 하늘 천(天), 거칠 황(荒)이다. 즉, 하늘의 거침(天荒)을 깨뜨린다는 뜻인데 이대로만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파천황의 유래를 알려면 우선 천황(天荒)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천황의 원뜻은 천지개벽(天地開闢) 이전의 혼돈한 상태다.
중국인들은 고대부터 자신들의 문명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원에서 멀리 떨어지고 편벽한 지역을 천황이라고 불렀다. 즉, 아직 개척되지 않은 황량한 지역을 뜻한 것이다.
나중에 천황의 의미가 확장돼 과거급제자를 한 번도 배출한 적이 없는 낙후된 지방을 지칭하게 됐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당(唐)나라 때 형주(荊州) 남쪽 지역에서는 매번 과거에 응시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급제자가 없었다. 당시 사람들이 이 상황을 빗대 형주를 천황(天荒)이라 불렀다.
당나라 때의 과거규정에 따르면 진사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은 모두 지방장관의 추천을 받아 장안에 들어가 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이것을 ‘해(解)’라 했다. 여기서 ‘해’는 두루 통달한 사람이란 뜻이다. 이리하여 형주 지방장관의 추천을 받은 과거응시생을 ‘천황해(天荒解; 천황지역의 해)’라 불렀다.
주지하다시피 당나라 때 과거의 핵심은 시부(詩賦) 창작 능력을 중심으로 보는 진사과(進士科)였다. 그러다 당 선종(宣宗) 대중(大中) 4년에 유태(劉蛻)라는 선비가 최초로 진사시험에 급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가 ‘천황’을 깨뜨렸다면서 그를 가리켜 ‘파천황(破天荒)’이라 칭했다.
이는 유태 개인뿐 아니라 형주 이남지역 사람들에게 큰 경사가 됐다. 당시 형남을 다스리던 위국공 최현(崔鉉)이 유태에게 상금 70만전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현이 완곡히 사양하며 이를 받지 않자 장안의 화제가 됐고, 이후 파천황이란 단어가 점차 널리 사용됐다.
오늘날 파천황이란 단어는 주로 ‘전대미문(前代未聞)’ ‘전인미답(前人未踏)’ ‘미증유(未曾有)’의 의미로 사용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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