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청현
[SOH] ‘봉신연의’에 나오는 강자아(태공망)가 만든 노래에는 “귀를 씻어 망국음(妄國音)을 듣지 않는다”란 한마디가 있다. 당시 현인을 찾던 주나라 희창(문왕)은 이 노래를 들었을 때 큰 감동을 받았고 뒤따르던 대신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임금에게는 아들 석요(昔尧)가 있었는데, 덕이 있어도 불효자였다. 요임금은 민심을 잃을 것을 우려해 석요에게 왕위를 물려주려하지 않았다. 대신 왕위를 물려줄 마땅한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고요하고 한적한 마을에 다다른 요임금은 한 사람이 냇가에서 작은 표주박을 물속에 넣고 돌리는 것을 보았다. 요임금이 물었다. “자네는 왜 표주박을 물속에 넣고 돌리는가?”
그 사람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세속을 꿰뚫어 본 뒤 명리(名利)를 버리고 집을 버리고 처자를 버렸습니다. 애욕(愛慾), 옳고 그름의 문을 떠나, 인간세상의 길을 버리고 깊은 삼림 속에서 채식하고 샘물을 마시고 즐기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평생소원입니다.”
요임금은 이 말을 듣고 아주 기뻤다.
“이 사람 눈에는 세속이 없고 부귀영화를 잊고 옳고 그름을 멀리 하였는데 정말로 인자하고 걸출한 사람이구나. 그에게 왕위를 물려줘야겠다.” 이에 그에게 말했다.
“현자여, 나는 요임금이다. 오늘 현자를 보니 덕이 있어 보이는데 천자의 자리를 당신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괜찮겠는가?” 그 사람은 요임금의 말을 듣자마자 작은 표주박을 들어 한 발로 밟아 박살을 내 버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는 귀를 막고 나는 듯이 시냇가에 달려가 귀를 씻었다.
그가 귀를 씻는 사이 또 어떤 사람이 소를 끌고 와서 물을 먹이려 했다. “군자여,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습니다.”라고 말해도 그는 귀만 씻고 있었다. 이에 소를 몰고 온 사람이 물었다. “그 귀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있기에 씻기만 하십니까?” 그러자 그가 다 씻은 후 입을 열었다. “요임금이 나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소리에 두 귀가 오염되었소. 그래서 막 귀를 씻는 중이오. 소에게 물을 먹여야 하는데 방해를 했소이다.”
그러자 소를 몰고 온 사람은 이 말을 들은 뒤 소를 끌고 냇물 위로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 귀를 씻은 사람이 이를 보고 “왜 멀리 가서 물을 먹이는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물이 당신 귀로 인해 오염되었는데 그 물이 내 소의 입을 오염시킬 수 있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막말을 즐기고, 자극적일수록 관심 받는 세상이다. 고개만 들면 도처에 색정음(色情淫)이 범람하고 있다. 혼탁해진 세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고대 중국 요순시대 고아한 사람들의 심성과 처세관이 신화 같은 이야기로 느껴진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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