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금년도 벌써 춘분(3월 20일)을 넘겼다. 춘분은 경칩과 청명 사이로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며, 기온이 급격히 올라간다.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해진다.
‘능내리 자하도인(紫霞道人) 학(鶴) 되어 날개 펼쳐/운길산(雲吉山) 수종사(水鐘寺)를 훨훨 돌아 앉고 보니/종루(鐘樓)의 범종(梵鐘)은 흠흠(欽欽)히 울고/노을 짙은 열수(洌水)에는 태공편주(太公片舟) 잠기더라.’
다산을 평소 흠모해온 야인졸장부(野人拙丈夫)인 휴게정자지기도 가슴 속 준동을 느껴 지난 토요일 남양주 마현 다산마을과 양수리(두물머리) 운길산 수종사를 돌아보며 다산의 혼을 빌려 여정(旅情)을 적어봤다.
‘자하도인’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호이며, ‘흠흠’은 다산의 형옥(刑獄)에 관한 법정서(法政書)인 ‘흠흠신서(欽欽新書)’에서 취한바 삼가고 삼가는 것은 본디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란 뜻이다. ‘열수’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양수(兩水)의 별칭으로, 다산의 고향인 경기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일대를 지칭한다. ‘수종사’는 능내리에서 약 10km 떨어진 운길산에 있는 절로서 다산이 종종 답유한 곳이기도 하다. ‘범종’은 사찰의 범종각에 있는 사물(四物 - 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하나로서 지옥 중생을 제도하는 법기(法器)를 상징함이다.
‘태공’은 주(周)나라 초기의 정치공신인 강태공을 지칭한다. 주나라 문왕(文王)의 초빙을 받아 그의 스승이 되었고,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한 공으로 제(齊)나라에 봉함을 받아 시조가 되었다. 웨이수이강(渭水)에서 낚시질을 하다가 문왕을 만나게 되었다는 등 그에 대한 전기는 대부분이 전설적이지만, 경제적 수완과 병법가(兵法家)로서의 그의 재주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병서(兵書)〈육도(六韜)>는 그의 저서라 하며, 뒷날 그의 고사를 바탕으로 하여 낚시질하는 사람을 강태공이라고 하는 속어가 생겼다.
다산은 우리 역사에 강태공과 비견되는 인물이다. 정조 대왕에 발탁되어 18년간 관직에 봉공하면서 명군ㆍ명신(明君ㆍ明臣)이 의기투합하여 문화부흥을 꾀했다. 그러나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崩御)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화(士禍)에 말려 18년간 전남 강진에 유배되어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군자(君子)의 이상인 학이시습(學而時習)의 학(知)은 이루었으나, 시습(行)에는 여한을 남겼다. 이는 조선왕조 오백 년 史의 통한(痛恨)이 아닐 수 없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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