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북송 때의 명신(名臣)이자 재상을 역임했던 부필(富弼 1004~1083년)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낙양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낙양에 살던 소강절[邵康節 1012~1077년 원래 이름은 옹(雍)이고 강절은 시호]과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 어느 날 소강절이 그를 만나러 찾아왔다. 원래 부필은 정치에서 물러난 이후 찾아오는 손님을 전부 거부해왔지만 오직 소강절만은 예외였다. 그는 문지기에게 “소(邵) 선생이 오시면 시간에 상관없이 전부 내게 알려야 한다.”고 미리 당부했다.
이날 마침 부필은 다리가 아파서 작은 방에 누워 있었지만 특별히 소강절을 맞기 위해 짐대 옆에 자리를 하나 마련했다. 소강절이 웃으면서 “다른 손님도 이곳에 들어올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부필이 웃으며 소강절이 앉을 의자를 가리키면서 “요 며칠 병에 걸려 가슴이 심하게 뛰는 바람에 아들이 와도 용건만 전한 후 바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이 의자는 오직 당신을 위한 자립니다.”라고 말했다.
소강절이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그럼 팔 걸이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오라고 하셔야겠습니다.”라고 했다. 부필이 그 이유를 묻자 소강절이 말했다. “한낮이 되면 분명 녹색 옷을 입은 한 청년이 백마를 타고 와서 당신을 찾을 겁니다. 비록 편찮으시더라도 힘을 내서 그를 만나보셔야 합니다. 돌아가신 후 이 사람이 반드시 사필(史筆)을 장악해 당신의 생전 사적을 기록할 겁니다.”
부필은 평소 소강절을 대단히 존경해왔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아주 신성하게 여겼다. 이에 문지기에게 “오늘은 손님이 오시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다 내게 통보하라.”고 당부했다.
한낮이 되자 과연 범조우[范祖禹 1041~1098년 자가 몽득(夢得)이다. 북송의 저명한 역사가로 사마광을 도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찬했고 당감(唐鑑) 등의 역사서를 저술했다.]가 왔다.
이에 부필은 곧바로 그를 들어오게 한 후 부드러운 말투로 그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제 나는 늙어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생각해보면 나는 평생 무능해서 아무것도 이룬 게 없고 무슨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없다네. 하지만 나 이 사람은 그래도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아왔고 조정에 대해서는 충성을 다했네. 나중에 나에 관한 역사를 쓴다면 분명 그대의 손을 거칠 터이니 이점에 유의해주기 바라네.”
범몽득이 이 말을 듣고는 대체 왜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영문도 모른 채 작별인사를 하고는 곧 그 집에서 나와 버렸다.
십여 년이 지난 후 범몽득은 과연 조정에서 도서를 편집하고 출판하는 수찬관(修撰官)에 임명되어 《유릉실록(裕陵實錄) 역주: 유릉은 송나라 신종(神宗)의 묘인 영유릉(永裕陵)을 말하며 신종 시대의 역사를 정리한 실록》을 편찬하게 되었다. 이 속에는 당연히 〈부필전(富弼傳)〉이 포함되어 있었다. 범몽득은 그제야 마침내 분명히 알게 되었다. 당시 소강절이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아 부필에게 알려주었고 그래서 부필이 자신에게 역사를 쓰는 일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사람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 그의 일생은 모두 신에 의해 잘 안배된 것이다. 또한 사후의 일 역시 미리 잘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면서 남을 배척하고 피해를 주면서 공(公)적인 일에 손해를 끼치고 사리사욕만 얻으려 한다면 이런 것들은 아마 신의 안배를 교란했을 것이며 그저 헛되이 마음만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짓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살면서 마음에 선념(善念)을 품고 주어진 환경을 편안히 여기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자연스러움에 따른다면 사실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선택이다!
바로 다음과 같다.
운명에 있으면 실현될 것이오
운명에 없다면 빼앗으려 다투지 말라.
주어진 환경에 편안히 적응함이 가장 현명하고
자연스러움에 따르면 즐거움 끝이 없다네!
命中有的會實現
命中沒有莫搶占
隨遇而安最明哲
順其自然樂無限
자료출처: 송대(宋代) 염포(廉布)의 《청존록(清尊錄)》 / 正見網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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