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란인(兰音)
월백(月白)은 어떤 종류의 흰색이고 설청(雪青)은 어떠한 푸름인가? 추향(秋香)은 왜 색채뿐 아니라 향기도 있으며, 십양금(十样锦)의 풍경은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는가? 전통적인 중화색은 시적인 정취, 생생한 색감이 향기를 내고 있어 마치 날렵하면서 우아한 하나의 생명체 같다. 그것의 배후에 품은 것은 수천 년간 전해져 온 문화의 함축과 심미적 흥미이다.
■ 전통색체의 기원
중화 선조의 색채에 대한 인식은 단순함에서 복잡함에 이르는 긴 과정이었다. 혼돈이 처음 열리고, 건곤이 갖춰져 하늘과 땅이 나타남에 따라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계는 우매한 한 가지 색에서부터 두 가지색으로 나누어지는 발전하면서 흑백, 음양 등의 이원적 개념이 생겨났다. 적색(赤色)은 사람이 세 번째로 인식한 색으로서 이로서 삼색관(三色观)이 형성되었다. 도가·유가 사상체계가 발전함에 따라 선진(先秦)시대에 사람들은 이미 오색(五色)인 적(赤)·황(黃)·흑(黑)·백(白)·청(靑)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색채관이 생겨났다.
오색관은 '5행(금·목·수·화·토(金·木·水·化·土))'와도 상응한다. 오행(五行)은 천지만물의 기본 물질로 상생상극(相生相克)하면서 또한 끊임없이 생겨나, 다양한 세계를 구성한다.
오색은 오행원소(五行元素)의 본질적인 색으로서, 흰색은 금에 해당하여 일부 백색금속을 대표하며, 청색은 나무에 해당하여 가지가 번성하고 잎이 무성하고 만물이 생기가 도는 것을 상징하고, 검정색은 물에 해당하여 심연의 깊음을 보는 듯한 색깔이다. 적색은 불에 해당하여 바로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상태이며, 노란색은 흙에 해당하여, 대지토양의 색이다. 이 오색(五色)은 이로 인해 순수 빛깔로 간주돼 전통문화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색채의 기조가 된다.
오행 체계가 완비됨에 따라 다섯 가지 정색(正色)은 또한 다섯 방향(五方), 다섯 장기(五脏), 다섯 가지 맛(五味), 다섯 가지 계절(五时), 다섯 음계(五音), 다섯 가지 덕목(五常) 등의 개념에 상응하여 번잡한 문화 체계를 형성함으로서 고대의 정치, 윤리, 예술, 일상생활 등의 방면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염직공예, 회화예술의 부단한 발전을 가져오게 하여 옛사람들이 창조한 색채는 더욱 풍성해졌다. 예를 들어 다섯 가지 정색(正色)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합하면 마치 그림에서 색을 조절하는 것처럼 새로운 색깔, 즉 정색(正色)이외의 색인 '간색(间色)'이 생겨났다.
오행상생의 관계에 따라 다섯 가지 정색의 연이은 조합은 회색, 검푸른색(綦), 검붉은색(緅), 적황색(縓), 담황색(缃)등 다섯 가지 색을 만들었다. 반대로 오행상극에 따라 붉은색(红), 푸른색(碧), 녹색(绿), 황색(骝黄), 자색(紫) 등 다섯 가지 색을 만들었다.
만약 간색(间色)을 다시 섞어서 만들면 그 색깔은 다채롭고도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고서(古書)에서는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색은 오색에 불과하지만, 오색이 조합을 이루면 무궁해진다”라고 했다.
■ 선인들이 좋아한 색
화려한 색채의 세계에서 옛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정색(正色)을 중히 여기고 간색(间色)을 경시하며, 특히 복장에서 엄격히 요구한다고 한다. 《
예기(礼记)》에서, “저고리는 정색(正色), 치마는 간색(间色)”이라고 했다. 고대 복장은 윗 저고리와 아래 치마로 만들었는데 상의는 반드시 정색(正色)을, 하의는 간색(间色)으로 맞추도록 하여, 신분이 높고 낮음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다섯 가지 정색(正色)이라 해도 시대마다 유행하는 색깔이 있었다. 오행 학설은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을 파생시켜, 오덕(五德) 즉 오행지덕(五行之德)으로 하나의 왕조가 하나의 덕(一德)을 대표하는데, 역대 왕조들이 흥망성쇠(興衰)를 거듭하면서, 군주가 천명을 받아 덕이 있는 자가 천하를 얻게 된다는 전통적인 이념을 반영하였다.
어느 왕조가 자신이 어느 하나의 덕(德)에 속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 군주는 상응하는 정색을 숭상하였다. 예를 들어 주나라는 화덕(火德)에 속하므로, 적색을 숭상했고, 주를 이어 진나라가 세워지자, 물로서 불을 이긴다는 규율에 맞춰 수덕(水德)을 대표하였기 때문에 검은색을 숭상했듯이 이처럼 오가며 순환하였다.
어느 왕조에서는 색의 사용에 대해서도 아주 중시했었다. 한대(汉代)를 예로 들면, 사람들은 1년 중 5 계절에 맞춰 옷의 색깔을 선택해 봄에는 청색, 여름에는 적색, 늦여름에는 황색, 가을에는 백색, 겨울에는 흑색을 입었다.
또 어떤 사람이 어떤 색깔의 옷을 입을지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정이 있었다. 예를 들어 주나라의 “12복장제(十二服章制)”는 천자는 주홍, 제후는 검정, 경대부는 청색, 선비는 황색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예법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만들어 입고, 백성들이 천명에 따라 각각의 일을 함으로서, 사회 안정과 사방의 태평을 상징했다. 옷 색깔을 잘못 입으면 국가적 위기를 예고한다.
예를 들자면 공자(孔子)는 “자주색이 붉은색을 빼앗는 것을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즉, 간색(间色)이 정색(正色)을 대신한다는 것인데, 이는 춘추시대의 예법이 파괴되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색깔도 등급 개념과 사회적 함의를 가지고 있어, 늘상 인생의 운명에 비유되곤 하는데, '대홍대자(大紅大紫)'는 부귀함을 나타내듯이, 당나라 시의 '강주사마청삼습(江州司马青衫湿)'이라는 문장은, 실의에 빠진 문인의 쓸쓸한 정서가 담겨 있다.
■ 전통적인 색채의 명칭
단색에서 두 가지 색으로, 다시 다섯 가지 정색(正色), 열 가지색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색의 명칭이 갈수록 많아지고 색의 체계도 점점 완벽해지고 있으니, 정말 어지럽기가 점차 사람을 미혹할 정도다.
각각의 색깔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그래서 듣기 좋고, 보기 좋으면서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오는 색깔명을 갖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하늘처럼 푸른색(天青), 술기운 가득한 얼굴색(酡颜), 연보라색(藕荷), 봉선자색(凤仙紫), 경태남색(景泰蓝), 공작 녹색(孔雀绿) 등등 이런 고풍스러운 이름들이 어떻게 생겨났겠는가?
전통적인 색채의 명명 방식으로 아래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순색명(纯色名)이고, 두 번째는 물감이나 염료의 이름이며, 세 번째는 과정을 순색명(纯色名)에 붙이거나, 네 번째는 사물의 이름을 빌려 그 색깔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른바 “명실 불문하고, 사물을 빌려 색을 입히다(名实不分,借物呈色)”이다.
순색명(纯色名)은 정색(正色), 간색명(间色名) 이외에 옛사람들이 전문적인 어휘를 만들어 색상을 표현한 것이다. 백색계열을 예로 들면 같은 백색이지만 특질, 차고 따뜻함, 명암, 진하고 연함의 차이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설해문자(说文解字)》중에 피부처럼 흰 것을 '석(皙)', 창백한 것을 “파(皤)”, 달빛의 흰색을 “교(皎)”, 태양의 흰색을 “완(皖)”, 쌓인 눈의 흰색을 “애(皑)”라고 불렀다. 같은 사물이더라도 시간, 지역, 기후 등의 요소에 따라 색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깊이, 얕음, 기름, 물 등의 단어로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사물은 흔히 쓰이는 색소 원료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정 색깔의 별칭으로도 여겼다. 예를 들어, 청남색의 경우 짙은 남색을 나타내며 그 자체가 민간에서 자주 사용하는 남색 염료다. 붉은색(茜色)은 암홍색으로 천초(茜草) 뿌리에 붉은 색소가 함유되어 있어 붉은 색 염료로 쓰인다. 찬초로 염색한 색이 바로 붉은색(茜色)이다.
그림을 그리는 측면에서 보자면 많은 안료들이 각양각색의 진귀한 광석에서 만들어졌는데, 이 광석명 또한 바로 전통 색의 이름을 짓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었다.
예를 들어 ‘청록산수화’에 나오는 청과 녹색, 이 두 가지 색은 석청(石青)과 석록(石绿)에서 왔다. 많은 고화들이 천 년을 지나도 여전히 선명하고 생동적인데 광석안료의 공이 없지 않다. 그것들로서 독특한 정취를 풍기는 색채의 이름을 지은 것은 아주 적합한 것이다.
■ 전통색의 아름다움
가장 복잡하고 전통적인 미적 취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바로 사물을 빌려 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사물의 진면목을 모른다면 그저 '글자만 보고 대강의 뜻을 짐작하는 것으로(望文生義)', 그 색깔을 오독(誤讀)할 가능성이 있다. 본문의 첫머리에 언급된 네 가지 전통색, 당신은 그것들이 어떠한 것인지 알겠는가?

달의 흰색은 흰색이 아니라 일종의 옅은 푸른색으로서, 흰색 사물이 달빛 아래에서 짙푸른색을 나타낸다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옛날에는 '월하백(月下白)'이라는 국화가 있었는데, 《박물휘편(博物汇编)》에, “꽃의 청백색이 달빛 아래에서 보는 듯하다”고 했다. 연보라색은 청록이 아닌 옅은 남색 자주색으로, 적설(积雪)이 빛을 반사하여 나타나는 청량한 색조이다.
연녹색(秋香色)은 연한 올리브색과 비슷하며, 노랑색과 녹색의 구분이 있다. 연녹색, 그것은 가을에 초목의 정취를 머금은 색으로 옛사람의 색상에 대한 형용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유색유미(有色有味)하고 형신(形神)을 겸비하고 있어 사람을 미혹하는 전통적인 색이다.
십양금(十样锦)은 매우 부드러운 분홍색으로 원래는 5대 시기 촉(蜀)의 땅에서 나온 10종의 직물을 통칭했는데, 그중에서도 분홍색의 완화금(浣花锦)이 가장 유명했다. 당나라 시기 촉땅의 재녀(才女) 쉬에타오(薛涛)는 완화지역(浣花溪畔)에서 분홍색 전지를 직접 만들었는데, 십양금(十样锦)이라고도 하였다.
아름다우면서 낭만적인 색은 아직도 많이 있으며, 해당화는 붉고 여성스러우며, 유리황(琉璃黄)은 장엄하고 화려하다. 차색(茶色)은 그 빛깔과 향이 우아하며, 고상하고 만족스러운 차 문화를 이어오고 있어, 그리운 마음이 깊어지면 고전문학의 깊은 정취를 드러내게 된다.
색깔도 아름답고 이름은 더욱 아름답지만 단순한 색깔만이 아니라 한 폭의 그림, 한 편의 시, 심지어 한 편의 역사, 하나의 절세의 기풍과 같다. 전통 색깔은 고대 문화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며, 옛 사람들의 내면의 세계와 정서를 더욱 깊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국제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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