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노론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과 대립하여, 남인의 영수였던 미수(眉叟) 허목(許穆, 1592~1682)의 문집인 기언(記言)의 서문에 ‘말(言)’에 관한 경책이 보인다. 기언이란 말을 기록했다는 것이니 말을 기록한 것이 곧 글이라는 뜻이다.
“경계할지어다. 말 많이 말고 일 많이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다. 안락할 때 반드시 경계하여 후회할 짓 하지 말고 뭐가 나쁘랴 하지 말라. 그 화가 자라게 된다. 뭐가 해로우랴 하지 말라. 그 화가 커질 것이다. 듣는 이 없다 하지 말라. 하늘이 엿보고 있다.
불이 붙기 시작할 때 끄지 않으면 치솟는 화염을 어찌하랴. 물이 졸졸 흐를 때 막지 않으면 끝내 강하(江河)가 되고 말리라. 실낱같이 가늘 때 끊지 않으면 그물처럼 커지게 되고 털끝처럼 작을 때 뽑지 않으면 도끼를 쓰게 될 것이다. 진실로 조심하면 복의 근원이 된다.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禍)의 문이 되는 것이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반드시 적수를 만나게 된다. 도둑은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원망하는 법이다. 군자는 천하에 윗사람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며, 여러 사람보다 앞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뒤로 한다. 강하(江河)가 비록 낮지만 여러 냇물 보다 큰 것은 낮게 있기 때문이다.”
말에 관해서는 주역에도 한 구절이 나와 있다. 주역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흉운(凶運)을 물리치고 길운(吉運)을 잡느냐 하는 처세상의 지혜이며 나아가서는 우주론적 철학이기도 하다.
“군자가 집안에 있으면서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호응하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겠는가. 집안에 있으면서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배반할 것인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겠는가. 말은 자신에서 나오지만 백성에게 영향을 미치고 행동은 가까이에서 시작하여 멀리 드러난다. 그러므로 언행은 군자의 중추(中樞)이니, 이 중추의 움직임이 영예(榮譽)와 오욕(汚辱)의 관건이다. 언행은 군자가 천지를 움직이는 것이니 삼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말은 개인적으로는 인격의 표현이요, 사회적으로는 문화수준의 척도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한다. 말에 씨가 있다고도 한다. 선한 말이 많이 뿌려지면 선과(善果)가 넘치지 않겠는가. 이웃 간에 악담과 질시가 일파만파로 넘쳐난다면 삶의 터전은 아비귀환이 되고 말 것이다. 말은 메아리 같은 것,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방면에서 기품 있는 말들이 많이 오가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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