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지오멘털리티(geomentality)’란 ‘땅을 보는 심성’을 뜻하는 인문지리적 개념이다. 각 민족과 종족, 공동체는 그 역사와 환경에 따라 땅을 보는 마음도 다르다. 한국인의 지오멘털리티에는 풍수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프랑스인에게 빈 땅을 주고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라고 하면 베르사유 궁전 정원처럼 100% 인공적 스타일이 나온다. 반면 한국인은 정자를 짓고 연못을 파는 등 자연을 조금 수정하고 울타리를 친다. 문화적 정신이 지리(땅)와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 풍수사상이다. 경천애인(敬天·愛人)에 숭지(崇地)를 더한 것이 풍수사상이요 인문지리의 이상이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山 절로 水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어도 절로 하리라///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 한 간 맡겨 두고/ 강산을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조선 중기 문신인 하서(河西)와 송순(宋純)의 시조다. 지오멘털리티가 돋보이지 않는가.
풍수에서는 지역의 경관을 사람이나 동식물, 또는 물건에 빗대 파악한다. 따라서 행주형(行舟形) 풍수 형국에 자리 잡은 곳에서는 돌탑 쌓는 것을 금한다. 승보사찰인 송광사 대웅전 앞마당에 탑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마을에 우물을 파는 것이 금기시됐다. 배 바닥에 구멍을 뚫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양에서는 우물을 파지 않고 대신 냇물이나 강물을 식수로 썼다. 여기에 봉이 김선달이 한강이나 금강이 아닌 평양의 대동강 물을 판 이유가 숨어있다. 풍수로 볼 때 평양이 배가 둥둥 떠가는 모양인 행주형(行舟形)이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풍수는 땅을 이용하는 지침이었다. 옛 도시와 마을의 위치 및 구조는 풍수를 바탕으로 형성됐다. 요즘도 건물을 짓거나 조상의 묏자리를 마련할 때 풍수를 고려하는 문화가 남아있지만 이를 근거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풍수에는 합리적인 면이 많이 배어있을 뿐더러, 풍수가 우리 전통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풍수를 모르고서는 한국의 전통 생태학을 이해할 수 없다.
로마클럽(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 싱크탱크)은 개발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는 생태적 접근에서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냈지만 우리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풍수를 바탕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보통 집을 가리켜 명당이라고 할 때 서북풍을 막아주는 산을 뒤로하는 남향집을 말할 때가 많다.
이런 집은 난방비를 20% 정도 절약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자연을 경외(敬畏)하는 지오멘털리티를 복원·확장하는 것이 인문지리적 영토의 보존이요 확장이 아니겠는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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