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다방면에 걸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함으로써 바쁜 일상이 편리해졌다. 효율도 높아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깊이’를 잃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유의 전감을 느낄 여지도 없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오면 불안하다.
우리는 항상 분주하게 살면서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생각도 ‘외부’로 향한다. 나와 내 곁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저 바깥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온 신경을 집중한다. 누군가 나에게 인터넷으로 말을 걸어오면 즉시 답장을 준다.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니 즉답을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장도 성의가 없고 반말이 주류를 이룬다. 예(禮)스러운 법도가 없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성벽 밖을 거니는 것으로 아테네의 분주함을 뒤로했다. 군중과 번잡함에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법이다.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거리로 나가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할까?
구텐베르크(독일 과학 발명가)는 자기 성찰을 위한 가장 위대한 도구인 책을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리도 가끔은 노트북의 무선 인터넷 신호를 끄고 ‘군중’에서 벗어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19세기 미국의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월든 호숫가 5평짜리 오두막으로 갔다. 분주함을 극복할 방안으로 ‘평화의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소로는 월든의 오두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오두막에는 3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다른 하나는 우정을 위해, 또 다른 하나는 세상을 위해서다.”
멘토이자 친구였던 랠프 월도 에머슨(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이 “진실로 행복하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군중에서 벗어나 ‘홀로 있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했던 조언을 소로는 실천으로 옮겼다.
현대문명이 업종을 불문하고 점점 더 넓게 인터넷 그물에 포획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적어도 ‘인터넷 안식일’이라도 스스로 정하여 실천해봄이 어떨까 싶을 정도다. 예컨대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인터넷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분주한 삶’의 근본 원인을 정기적으로 차단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답답하고 굼뜬 느낌이겠지만 차츰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느긋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면의 일에 집중하고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눈뜨게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디지털 시대, 그건 분명 우리에게 ‘축복’이면서 동시에 ‘함정’이다. 분주한 디지털 세상이 우리에게 고요하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대가 주는 혜택을 선용하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결국 우리 개개인의 각성과 실천의 문제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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