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칭롄(何清漣 재미 경제학자)
[SOH] 국제사회는 정치적으로 1989년 6.4이후 중공정부를 진정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중국의 경제성장은 국제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믿음을 주었고 중국경제가 장기간 번영할 것으로 믿게 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의심이 경제영역에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과거 중국경제발전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믿어왔던 GDP와 성장속도마저도 이런 의심을 벗어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의심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차기 국무원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마저 자국의 GDP통계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0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베이징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7년 3월 12일 베이징 양회에 참가하러 온 당시 랴오닝성 서기 리커창이 미국 대사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중국의 GDP수치는 조작된 것으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랴오닝 경제를 평가할 때 첫째 전력소모량, 둘째 철도운송량, 셋째 대출금액을 중시한다고 했다. 그는 웃으면서 “다른 모든 데이터들 특히 GDP 통계는 단지 참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리커창은 18대 이후 국무원 총리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중국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많은 외신들이 그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즉 리커창이 총리가 되면 이런 불신의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되리란 것이다.
리커창이 전력소모량 등의 데이터를 중시하게 된 이유는 2002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에 보도된 중국통계 데이터조작에 관한 기사때문이다. 당시 논쟁을 유발한 인물은 미국 피츠버그대학 경제학과의 토머스 로스키 교수다. 그는 2001년 ‘중국 GDP통계에 무슨 일이 있는가?’라는 글에서 중국의 에너지소비, 교통운송과 건축자재 등의 생산량을 통해 추론할 때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 GDP의 실제 성장률은 정부 발표보다 절반 내지는 그 이상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션타임즈, 이코노미스트는 물론이고 미국 뉴스위크, 비즈니스위크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학계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중국 국내에서도 널리 인용 보도되어 수년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중국 국가통계국의 리더수이(李德水) 국장과 다른 직원들도 이 논쟁에 참가했는데 이들은 허위 보고된 수치가 총액의 약 20%에 달한다고 인정했다. 가령 2004년을 예로 들면 허위보고가 총액의 19.47%에 달한다. 이들 정부관리들조차 한 가지 사실을 인정했는데 바로 중국 각 지방에서 보고하는 GDP 수치는 모두 정치적인 고려를 거친 것으로 결코 중앙정부에 목표로 정한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보고하는 GDP성장률이 얼마든 국가통계국은 평균 20%가 과장된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논쟁을 거친 후 중국은 GDP를 조작하는 동시에 전력사용량이나 에너지소비량 등을 세트로 맞춰야 한다는 것을 학습했다. 리커창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과거 이런 논쟁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커창이 자신은 전력소모량, 철도운송량, 은행대출만을 믿는다고 표시했을 때부터 이미 이들 분야의 조작도 시작되었다.
은행대출 용도의 조작은 중국의 오랜 관습이다. 최근 수년간 저장성 일대의 민간기업들은 은행대출을 받을 때 생산자금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받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에 투자했다. 20011년 부동산이 전면적으로 하락한 후 이들 기업은 더 이상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자 도주하거나 일부는 자살을 선택했다. 도피한 기업인들 중에서 원저우 상인이 특히 많았다. 그러므로 중국에서 은행대출은 더 이상 경제발전상황을 추산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든 모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GDP데이터가 조작될 수 있다면 전력사용량 데이터도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우선 전력데이터에는 두 가지 다른 지표가 있는데 바로 발전량과 전기사용량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두 지표가 따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지방정부는 전력데이터를 조작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 때로는 과장하거나 때로는 일부러 축소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력데이터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7월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발전소 직원들은 발전용량 수치를 확대해서 보고하도록 요구받았다. 다시 말해 지방 및 성(省) 1급 정부에서 발전소측에 중앙에 경제상황을 사실대로 보고하지 말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부정적인 경제데이터’를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소측에 ‘마이너스 성장’을 ‘제로 성장’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일찍이 21세기 초 중국경제에서는 이미 ‘경기하강’이란 단어를 폐기했다. 즉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하강’을 대신하고 ‘제로성장’으로 ‘정체’를 대체했다.
그러므로 차기 총리 리커창은 여전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 중국경제발전의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중국경제발전성과에 대한 의심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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