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쯔쉬(林子旭 시사평론가)
[SOH] 차오스(喬石)는 장쩌민이 가장 미워하던 라이벌이었고 그가 15대에 은퇴한 것도 순전히 장쩌민 때문이었다. 그러니 장쩌민과 차오스가 서로 좋은 감정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차오스는 중공 당내에서 다년간 고위직에 있었고 일찍이 중공 최고위층의 여러 부문에서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경력이나 인맥에서 장쩌민보다 나았다. 지금까지도 완리(萬里)를 제외하면 중공 당내에서 경력이나 성망 면에서 그에게 필적할 만한 인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 퇴직한 이후 조용히 지내오던 그가 이번에 18대를 앞두고 갑자기 책을 출간했다. 내용은 그가 최근에 쓰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 대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재임하던 기간에 민주와 법제(法制)에 관한 일부 보고서와 기사들을 수집해 정리하여 편찬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이 책의 내용은 전부 예전에 완성된 것으로 이것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기만 하면 언제든 출판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보고서와 글은 이미 10여 년 전에 완성됐지만 차오스는 지금 이 민감한 시기를 선택해 출간했다. 그가 이번에 책을 내는 배후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책 제목은 ‘차오스 민주와 법제를 말하다(乔石谈民主与法制)’이다. 이는 현재 중공 내부의 격렬한 투쟁이 바로 개혁파와 혈채파의 전면적인 대결임을 부각시킨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차오스가 공개적으로 민주와 법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바로 그가 개혁파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차오스는 보시라이 낙마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비록 그가 지금은 아무런 실권도 없지만 중공 당내에서 원로의 영향력과 호소력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명확하게 자신의 태도를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당내 관리들에게 어느 편에 서야 할지 확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보시라이-저우융캉 무리는 재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차오스는 책에서 특히 중앙 정법위의 취소와 회복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밝혔다. 정법위를 언급할 때 차오스의 관점은 아주 명확한데 바로 정법위는 당위원회의 일개 부속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당위원회의 지도적인 위치를 강조했다. 그는 또 정법위는 전체적인 지도와 협조를 중시할 뿐 각 집행부문의 구체적인 실무에는 직접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시 말해 정법위는 절대적으로 당중앙에 복종해야 하며 지방의 구체적인 사무에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내용이 등장하는 것은 저우융캉이 정법위를 장악하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위로는 당중앙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아래로는 일반 민중들을 괴롭혀 온 것을 겨냥한 것이다. 중앙정법위의 원로급 인물인 차오스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후-원이 계속해서 정법위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포석을 깔아주는 것일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부터 보자면 중공 내부에서 권력핵심에 있는 후진타오-원자바오-시진핑-리커창이 이미 비교적 개명한 원로인 차오스, 주룽지, 리루이환 등과 모종의 묵계를 맺은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추측하기에 차오스의 이번 출판은 어쩌면 이들의 전체적인 포석 중 일부인 것 같다. 병상에 누운 장쩌민이 차오스가 책을 내고 민주를 언급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어떤 심정일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파룬궁에 대해서도 ‘나라와 국민에 대해 100가지 이로움만 있을 뿐 한 가지 해로움도 없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지금 중공 원로들 사이에는 책을 쓰는 붐이 일고 있다. 리펑, 주룽지, 천시퉁에 이어 이번에 차오스까지 책을 낸 것은 도처에서 소란을 피운 장쩌민의 실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당시 장쩌민이 술수를 써서 차오스를 끌어내릴 때 지금과 같은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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