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쯔쉬(林子旭 시사평론가)
[SOH] 9일 오전 중공 광둥성 제11차 대표대회에서 당서기 왕양(汪洋)이 놀라운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는 인민의 행복이 당과 정부가 베푼 은혜라는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양은 이번 발언에서 공산당은 ‘위대하고 광명하며 정확하다(偉光正)’는 상투적인 표현을 치워버렸고 전체적으로 인민들에 대한 문화적인 인도 및 제도보장으로 민생을 돌보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으며, 이런 것들은 공산당과는 그리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왕양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중국 국내 매체들은 왕양의 대담한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공 전제(專制) 체제에서 관리들의 행동과 발언에 대한 통제는 상당히 엄격하다. 설사 중공 총서기라해도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반드시 당의 게임의 법칙에 따라야 하며 이를 벗어나면 재앙, 심지어 멸망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는 이치를 일찍이 터득한 중공 관리들은 대회 발언고에 대해 글자 하나 구절 하나, 심지어 문장부호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인 퇴고를 거친다. 중공 관리들의 발언이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천편일률적이며 새로운 뜻이 더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중공 정세가 아주 민감한 이 시기에 왕양이 이렇게 대담한 발언을 한 것을 즉흥적인 발언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이었다면 이 발언으로 왕양은 정치생명뿐만 아니라 목숨조차도 부지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오늘 왕양이 아주 많은 말을 했음에도 전체 담화 중에서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 이 부분만 전해진 것은 어쩌면 이것이 왕양의 본뜻이기 때문일 것이다.
왕양은 또 ‘인민의 행복은 당과 정부가 베푼 은혜라는 잘못된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하면서 앞에 또 ‘반드시’라고 강조했다. 만약 민중들이 모두 이런 이치를 똑똑히 볼 수 있다면 그럼 탐오와 부패, 패도(覇道)가 횡행하는 중공에 대해 민중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행복은 당신 중공이 준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당신은 우리에게 고통만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공이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겠는가? 사실 왕양의 이 발언은 절반만 말한 것으로, 나머지 절반은 바로 ‘당과 정부의 행복은 민중이 베푼 것’이라는 것이다.
왕양이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렇게 파격적인 발언을 한 의도는 무엇일까? 왕양은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하고 정치국 중앙 상무위원 진입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즉, 그의 이번 발언은 세밀한 고려를 거쳤을 것이며 그가 걷는 매 한걸음 역시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신중히 내디뎠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최근 매우 곤란한 형세에 처한 중공 지도부가 원자바오가 주장하는 정치개혁 방안을 어느 정도 인정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중공 개혁파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왕양은 당연히 이에 반응한 것으로 그의 이번 발언은 어쩌면 개혁파에게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현재 후-원과 혈채파가 격렬하게 대결하는 상황에서 나온 왕양의 이번 발언은 저우융캉측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다. 중공이란 이런 썩은 체제에 대한 환상을 품고 그것에 의지하면서 자신의 보호막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이처럼 간단하게 보이는 한마디 말이지만 세밀하게 그 배후를 생각해보면 이번 발언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중공 지도부의 핵심 인사가 중공이 지난 수십 년간 상투적으로 사용해왔던 여론모델을 부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공이 현재 허약한 상태임을 보아낼 수 있다. 왕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중국 인민의 행복은 확실히 당이 준 것이 아니며 정반대로 당 관료들이 인민들의 피와 땀을 가져다 멋대로 써온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공이 사라져야만 인민들이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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