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劉曉 시사평론가)
[SOH] 왕리쥔/보시라이 사건은 중국 지도부를 둘러싼 비밀과 침묵의 커튼을 열어 젖혔다. 권력 교대가 있는 이 민감한 해에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투쟁을 더 격렬하고 복잡하며 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일부 최고 지도자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파룬궁 박해 문제다.
왕리쥔 사건이 일어난 후 몇 주 동안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은 보시라이의 해임과 체포에서 정점을 이뤘고, 이후 정치적 쿠데타와 저우융캉 체포에 관한 루머가 이어지고 있다.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2월 6일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에 진입해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다. 이는 중공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며 중국 지도부의 굴욕이다. 24시간 후 왕은 공안부부장에 의해 호송되어 베이징으로 간 후 소식이 없다.
각기 다른 파벌에 속하는 중공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러나 중공 내 권력 투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정점으로 치닫는 것을 감지하는 것 이외에 그들이 움직인 진짜 이유와 동기는 외부로 탈출하는 것이다.
베이징을 몹시 좌절시키고 우려케 한 것은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미국 정부가 왕리쥔이 제공한 정보 가운데 하나를 폭로한 것이다. 시진핑은 후진타오 현 중국 주석의 차기 후계자다. 빌 거츠 국가안보 전문기자는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이 시의 권력 승계를 막으려 계획했음을 미국 관리가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미 달아오른 중공 최고 지도부 내 권력투쟁에 기름을 부었다. 중공 지도부는 미국 정부가 조용히 입 다물고 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왕이 건넨 자료에 포함된 자신들의 불미스러운 비밀이 폭로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25명의 정치국 위원들은 중공에 의한 통치를 유지하려는 공동 목표가 있다. 그들은 왕리쥔 사건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정권이 붕괴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왕에 대해 알려진 것은 충칭 공안국장으로 재직시 저지른 불법 체포와 ‘조폭 소탕’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민간 사업가들을 고문한 범죄이다. 왕은 또 수천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의 생체에서 장기를 적출하는 등 파룬궁 탄압에 깊이 관여했다. 왕이 저지른 숱한 범죄 뒤에는 최근 해임되어 가택연금된 보시라이가 있다. 보는 충칭에서 ‘창홍타흑(唱紅打黑 공산당 선전 노래 부르기와 조폭과의 전쟁)’ 캠페인을 주도했다.
중공 지도부의 대다수는 보의 캠페인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이 문제를 발판으로 왕과 보에 대한 처리방법에 합의했을 수 있다.
그러나 파룬궁 박해 문제, 특히 생체장기적출 문제에 대해 중공 최고 지도부는 두 축으로 나뉜다. 장쩌민을 위시한 저우융캉, 리창춘, 자칭린, 뤄간이 한 축이고, 후진타오, 원자바오, 시진핑, 리커창 그리고 허궈창이 다른 한 축이다.
파룬궁 박해는 중공 최고 지도부가 피할 수 없는 핵심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왕리쥔, 보시라이, 저우융캉, 리창춘, 자칭린, 뤄간은 파룬궁 박해에 적극 참가했기 때문에 장쩌민파(장파)로 묶여있다. 박해를 지속하고 퇴임 후 자신들의 범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저우융캉과 장파의 구성원들은 보시라이를 9명으로 이뤄진 정치국 상임위에 끌어들이려 했다. 보를 보호하는 것은 그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저우와 다른 구성원들이 보에 대한 처벌을 반대한 이유이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업무를 통해 권력을 잡게 된 후진타오, 원자바오, 시진핑, 리커창, 허궈창은 공청단파로 파룬궁 박해 문제에는 침묵하거나 회피해 왔다. 미래의 순탄한 통치를 위해 그들은 보를 끌어내리고 싶어하나 그를 어떻게 처벌하는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후진타오는 순탄한 권력이양을 원한다. 그는 장파와의 죽고살기식 투쟁에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으며 골치아픈 문제들을 후계자에게 떠넘기기를 원한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원자바오는 보를 감옥에 보내고 싶어한다. 원은 생체 장기적출로 이윤을 얻는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양심은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는 10년 이상 이어온 그런 잔혹한 일을 용서하는 것은 역사의 물음에 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는 보에게 책임지우는 것을 시작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원한다.
유력한 차기 후계자 시진핑은 자신에 대한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쿠데타 계획을 알았다면 미래의 순탄한 통치를 위해 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공청단파 리커창과 공청단파에 합류한 허궈창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지만 보시라이가 최고 위치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파룬궁 문제에 대해 장파에 대항하는 명백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원치 않는다.
중공 최고 지도부 구성원들은 각자의 안건이 있으며 다른 구성원에게 불리한 책략을 꾸민다. 그것이 바로 왕리쥔이 촉발한 권력 투쟁을 그토록 복잡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달아오른 내부투쟁의 결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 이를테면 후-원이 충분히 단호한지, 장파가 타협할 것인지, 중공 원로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혹은 왕리쥔이 제공한 정보를 미국이 얼마나 빨리 공개할 것인지 등이다.
보시라이에 대한 처벌은 중공 권력투쟁 결과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중공 속담에, ‘인심(人心)을 얻으면 나라를 얻는다. 인심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에 따르면 어느 쪽이든 승자는 없는 것 같다. 즉, 중공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중공의 궁극적 해체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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