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칭롄(何淸漣 재미 경제학자)
[SOH] 중국과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최근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인권문제다. 지난 3일 아이웨이웨이가 체포 구속되기 전 중국 당국의 불법 체포에 대한 서방의 비판은 불충분했지만, 아이웨이웨이 사건에 대해서는 일제히 시기적절한 반응을 보였다. 유엔의 ‘강제적 또는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중국에 대해 ‘정권 반대자를 지속적으로 박해하는 우려할만한 경향이 있다’, ‘국제법에 따르면, 강제적 실종은 범죄이며, 비록 단기간이라도 비밀리에 감금하면 강제적 실종에 해당한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사회의 목소리로는 중국의 탄압의 손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서방의 비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것은 인권문제에 대한 양측의 장기적 논의가 이미 실패로 끝났던 사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패의 원인은 ‘석자 얼음이 하루 추위에 얼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없다. 되돌아 보면, 일찍이 미 정부는 자국 내 다국적기업의 로비에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중국 내 인권문제와 분리해 논의하도록 했다. 그에 따라 최종적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할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이 2가지는 경제와 관련된 것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경제문제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개선시키는 유일하고도 유효한 비장의 카드인 것이다.
1990년대는 미중 양국간에 ‘인권 외교’의 전성기였다. 1989년 ‘6・4 텐안먼(天安門)사건’ 발생 후 시작된 서방의 대(對) 중국 경제제재는 90년대 초반에 잇따라 취소됐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서방국가들과는 별도로 중국을 최대의 수출 시장 및 무역 상대국으로서 매년 미 의회에서 전문 회의를 열어 중국에 최혜국 대우를 부여했다. 그 대가로 중국은 매년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가 허용되기 전 중국 내 저명한 정권 반대자 몇 사람을 석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 따라 ‘중국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어내 미 의원들의 호감을 샀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은 타국으로부터 제약을 받는 상황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WTO에 가입하기 전, 중국은 ‘외투 밑에 갑옷 숨기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타국으로부터 통제되는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서 중국은 이용 가능한 모든 홍보와 섭외의 수단을 동원함과 동시에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을 통해 미 정계에 이들 기업이 중국 투자로 얻는 방대한 이익이 미국 중앙의 정치, 경제관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설파했다. 중국에 투자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실천하고 또한 보장하기 위해서, 보잉사나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이 수년 동안 미국 의회에 대규모 로비 활동을 벌였다. 그들은 워싱턴에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전문요원을 두기까지 했다.
중국의 심각한 인권 상황과 독재정치에 대해 그들이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 주된 구실은 ‘중국은 지금 구미와 같은 민주주의 실현의 길을 걷고 있다’, ‘경제 발전은 중국의 정치 개혁을 촉진할 수 있다’, ‘인터넷 보급은 중국에 정보 자유를 가져온다’ 등이다. 이러한 로비 활동은 중국 당국을 크게 도왔다. 미 정계는 인권문제와 무역을 분리해 생각한다는 의견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어 중국이 WTO에 가입할 때까지 미국은 매년 중국에 최혜국 대우를 주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했다. 그 결과 미국은 중국과 인권 외교를 실시하는 제1의 비장의 카드를 잃었던 것이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서방은 중국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힘을 잃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서방의 수백여개의 다국적기업이 중국 시장과 밀접한 이익관계를 구축했다. 2010년까지의 EU(유럽연합)의 대 중국 투자 총액은 700억 달러를 넘어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액에서 3위가 되었다. 미국의 대 중국 투자 총액도 600억 달러를 초과했다. 그 외에도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 EU 역시 다년간 중국 최대 무역 파트너이고, 중국은 EU의 수출과 기술 제공 국가로서 최대이며, 또 수입처로서는 제2위의 국가이다. EU의 대 중국 수출 중 85%는 완제품이며, 이 제품들의 생산에 직접 관련되는 직장 인구는 300만명을 넘고 있기 때문에 EU 내 취업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서방에 의한 중국의 인권후퇴 대한 비판도 겉으로만 행해지는 ‘연례 행사’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말해야 할 것을 말했다. 결과는 어떻든 상관없다’라고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한편 중국측의 반론도 더 강해져 ‘현재 상황은 이러하다. 당신들은 말싸움 외에 무엇이 있는가’와 같은 강경자세를 관철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수년 동안 이어져 왔다.
서방에 의한 간섭이 약해진 반면, 중국 내에서는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계속 강화되었기 때문에 중국의 인권 상황은 오늘과 같이 악화되어 온 것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잇따라 민주 운동이 발발하고 나서, 중국 당국은 확실히 일시적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단속을 통해 ‘안정’시키려 했다. 선두에 서 있던 정권 반대자는 ‘행방불명’ 되거나 입막음 되어 논조를 바꿨다. 만약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면, 제2의 자오롄하이(趙連海)가 될 것이다.
자오는 지난 5일 신병이 구속된 저명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의 석방을 호소하면서 트위터에 ‘언제든지 다시 체포되거나 행방불명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글을 올렸다. 6일 오후 자오는 자택에서 강제 연행되었고, 밤 12시경 석방되었다. 그 수시간 동안 자오가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석방된 후 자오는 논조를 180도 바꾸어 버렸다. 자오와 같은 사례는 그 외에도 여러 명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향후 정부와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올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대규모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 당국은 대외적으로는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것과 경제협력개발 등을 제안하면서 서방에 호의를 보이고 있는 한편, 국내에서는 고압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정권 반대자들에게 정신적 고문을 추가하는 수법으로, 그 영향력을 없애려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그렇게 해서 위협을 없앴다고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착오적인 방식은 불을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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