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 정부가 ‘유전자 편집 아기’로 윤리 논쟁을 촉발시켰던 중국 과학자 허졘쿠이(賀建奎)를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선발했다가 비난이 이어지자 결정을 철회했다.
22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이민국 대변인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으로 허젠쿠이에게 내준 비자가 무효라고 발표했다.
허젠쿠이는 2018년 쌍둥이 소녀의 배아를 유전자 편집했다고 발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당시 아기가 에이즈에 저항할 수 있도록 유전자가위시스템(CRISPR-cas9)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HIV가 세포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CRISPR-cas9 도구는 성인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테스트된 바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유전적 변화가 미래 세대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허졘쿠이의 유전자 편집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9년 중국 법원은 그에게 ‘불법 의료 행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300만 위안(약 5억6600만원)의 벌금형과 함께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허젠쿠이는 지난해 4월 출소 후 베이징에 희귀 유전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를 위한 연구소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8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을 통해 홍콩 정부의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에 선발됐다면서 베이징에서 홍콩 비자를 발급받았으며, 홍콩의 대학, 연구소,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21일에는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에 가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홍콩 이민국은 허젠쿠이에 대한 비자 철회에 대해, 그가 허위 진술을 통해 비자를 취득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개시한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2년간 노동 인력 14만 명이 홍콩을 떠나자 홍콩 정부가 인재 유치를 위해 신설한 비자다.
세계 100대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 홍콩달러(약 4억 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허젠쿠이의 비자 취득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 윤리를 저버린 전과자를 고급 인재로 인정해 비자를 발급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홍콩 입법회(의회) 도린 쿵 의원은 명보에 "정부가 비자 프로그램의 허점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애초에 징역 3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은 허젠쿠이에게 비자를 내준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했다.
명보는 "이번 사건의 가장 의아한 부분은 왜 정부가 고급 인재 프로그램 지원자들에게 전과 기록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라며 “정부는 인재 유치에 급급해 성급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세부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선 홍콩 노동부 장관은 전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지원 요건을 개선했다며, 다양한 비자 프로그램을 시의적절하게 수시로 검토·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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