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미국 등 서방국들의 외교적 보이콧 속에 강행되는 가운데, 중국 선수단이 강제노동 의혹을 받고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 면화로 만든 유니폼을 입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중국 체육 관료 장 스차이를 인용해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와 낙타 털을 사용해 만든 스키복과 장갑, 모자, 귀마개 등 2천 세트가 넘는 유니폼이 베이징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스포츠웨어 업체인 ‘안타’를 동계올림픽 공식 의복 생산업체로 지정했다. 안타는 중국 내 최대 면화 생산지인 신장 지역의 면화로 제품을 제조한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중국 관영매체 ‘베이징데일리’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신장의 기여”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신장산 면화는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리투아니아 등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이번 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하게 한 요인이지만 중국에선 애국심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면화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이며, 신장에서 이 중 85%가 생산된다.
신장산 면화는 이 지역 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과 무슬림 소수 민족의 강제 노동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은 수용소의 존재를 계속 부정해왔지만 2018년 테러 분자를 갱생하는 데 필요하다며 그 존재는 인정했다.
다만 학계와 언론 등의 수많은 폭로에도 강제노역과 위구르족의 언어·문화·역사를 조직적으로 말살하려는 혐의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이번 소식으로 ‘신장산 유니폼’ 사용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침묵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영리기구인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은 지난해 5월 IOC에 올림픽 공식 유니폼이 강제노동을 동원해 제조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조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IOC는 해당 단체에 “IOC는 강제노동과 연관이 있는 상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베네트 프리먼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 대변인은 “IOC는 올림픽 공식 유니폼에 사용된 면화가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 없이 생산된 것이라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IOC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 의혹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IOC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HRW 측은 “중국 내 기업들조차도 해당 지역의 인권 탄압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 수뇌부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잇단 논란에 IO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안타가 제공한 상품에 대한 최근 제3자 감사 결과 강제노동과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IOC의 (구매)기준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공급업체들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장 인권탄압에 대한 IOC의 침묵은 올림픽 거대 후원자인 중국에 대한 ‘눈치보기’와 ‘유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과 IOC는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이후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당시 중국 정부는 400억 달러(약 47조8,000억 원)를 투입해 올림픽을 치렀고, IOC는 중계권 수입으로 5억5,000만 달러를 올렸다. 2012년엔 중국 내 '사마란치 재단'이 출범했다.
중국 올림픽 유치에 많은 도움을 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의 아들 사마란치 주니어는 현재 IOC 내 베이징동계올림픽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IOC는 지난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설이 제기됐던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와의 영상 통화를 추진한 데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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