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정풍운동(整風運動)이 IT 기업 및 사교육 시장에 이어 대중문화 부문으로 확산된 가운데, 촬영 개시를 알리는 ‘크랭크인’(Crank in) 행사에 돼지머리와 향 대신 공산당기가 등장했다.
이는 중국 방송 규제 당국인 국가광전총국이 지난 2일 정치적 입장이 공산당 및 정부와 맞지 않거나 각종 물의를 빚은 연예인 출연을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발표한 후 나타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돼지머리를 올린 고삿상을 차려 감독과 주연배우 등이 작품의 성공을 빌며 절을 해왔지만, 연예계에 불어 닥친 ‘정풍운동’이 이러한 관행을 바꾼 것이다.
정풍운동은 중공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고 당내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한다는 명분 하에 펼친 정치 활동이다. 1940년대 옌안 지역에서 시작돼 60년대에는 문예 정풍운동으로 번졌고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졌다.
중국 관영매체 ‘관찰자망’에 따르면 지난 7일 강희제(청나라 제4대 황제) 시대의 충신을 그린 TV 사극 ‘톈샤창허’ 제작팀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공산당기와 ‘톈샤창허 임시 당 지부 깃발을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을 게시했다.
매체는 “최근 정솽(탈세 혐의), 크리스(중국명 우이판·성폭행 혐의) 등이 각종 위법, 규율 위반,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업계 내부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고 크랭크인 의식에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이 제작진은 공산당 임시지부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찰자망은 “최근 연예인들이 잇달아 물의를 빚은 사건을 계기로 몇몇 플랫폼(방송국 등)들이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자율공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광전총국은 지난 2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하고 고액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새로운 통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방송국 블랙리스트 작성시 △사회적 물의 여부 △정치적 소양 △사회적 평가 등이 반영된다.
당국은 또 방송업계 종사자에 대해서도 ‘마르크스주의 언론관과 문예관 교육을 심화·전개한다’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문제 있는 연예인을 적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이 대중문화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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