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의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香港敎育專業人員協會·PTU)가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압박에 대한 부담으로 자진 해산했다. PTU는 1973년 설립됐으며 회원수는 약 10만 명에 달한다.
PTU의 해산 발표는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공 관영매체가 ‘악성종양’이라고 비난한 지 열흘 만에 나왔다.
10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PTU는 이날 노조원들에게 해산을 통보하며 “원하지 않았고 어려웠지만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PTU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50년 가까이 노조원, 홍콩인들과 수많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왔지만 정치·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고민에 내몰렸고 특히 최근 일어난 일들은 매우 큰 압력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은 “PTU가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며 반중 행동을 부추겼다”면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교사와 폭도들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또 “홍콩 교육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PTU에 대한 법적 조사를 진행해 악성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교육부와 경찰도 이 같은 주장에 가세했다.
홍콩 교육부는 해당 기사가 보도된 지 몇시간 후 “(PTU는) 정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일체의 업무관계를 끊고 노조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교사들에 대해서도 PTU와의 관계에 대해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 경찰도 (PTU의) 홍콩보안법 위반 소지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PTU는 중공의 압박 속에 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와 민간인권전선, 브뤼셀에 본부를 둔 에듀케이션인터내셔널 등 친중 진영에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제기하며 비판하는 단체에서 최근 모두 탈퇴했다.
또 지난 주에는 교사를 대상으로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 운영 계획도 발표했지만 단체에 대한 공격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PTU의 자진 해산은 홍콩 시민 사회에 안타까움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RTHK에 따르면 시민들은 PTU의 해산 발표 직후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센터에 몰려들어 기념물을 구매하고 사진을 찍으며 노조의 해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이로써 홍콩에서 인권과 민주화 등을 주장해온 주요 단체들이 대부분 사라지게 됐고, 민주진영 다른 시민단체의 추가 해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PTU의 해산은 홍콩에서 활동하는 다른 노조에 매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이 단체에 대한 공격은 또한 홍콩 학교와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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